올드 보이.. 심하게 충격이었던 재밌는 영화다. 슬픔도 진하게 묻어나와 난 울었었다.
뭐, 그다지 메세지나 진정성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친절한 금자씨.. 예술성과 오락성, 모두 실패다.
복수와 구원에 대한 너무도 형이상학적인 감독의 이야기는 불행히도 흥미롭지
도 새롭지도 감동스럽지도, 깊이있지도 않다. 설득력도 많이 떨어진다.
상징적인 것들도 너무도 뻔하고, 참으로 조잡스럽다.
초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 복수3부작은 살펴보면 다 같은 소리다.
그런데, 올드보이와 복수의 나의것은 그 주제를 현실속의 문제와 인물간의 갈등으로 풀어가는 데, 친절한 금자씨는 다분히 사유적이다. 당연히 더 지루하고 산만하다.
후반부는 영화를 예술적으로 만들어야된다는 감독의 강박관념이 강하게 느껴지는 데, 차라리 금자씨 자신을 위해 복수 했다면 금자씨에 대한 연민이라도 생겼을 것 같다.
영화는 '복수를 위한 복수는 정당한가'라는 케케묵고 재미없는 주제로 패러독스적인 교훈을 남기려 든다. 물론 영화는 삐꺼덕 거리고, 관객은 불쾌하며, 감독의 의도는 파편적으로만 남는다.
중후반부까지 시종일관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분방하게 막나가던 금자씨는 죄인으로 커밍아웃 하면서 온갖 윤리적인 고민을 하더니, 내용은 별반 바뀌는 게 없으면서 캐릭터만 매력을 잃고 쓰러진다.
그럼, 재미라도 있나. 그것도 아니다.
중반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야 할 영화는 질질 끈다.
이게 무슨 예술 영화라고.. 박찬욱 감독은 너무 자의식에 빠진 것 같다.
정말 별 내용도 반전도 없고 어찌나 질질 끄는지, 박찬욱 감독 맞나 했다.
올드보이의 탄탄한 구성에 비하면 가장 못한 점이다.
13년이나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계획한 복수극이.. 이토록 간단할 줄이야. 계획이라 부를 것도 없고, 조연들은 동참도 안 하던데?
그럼 배우의 연기라도 볼만했나?
물론 다들 잘 했지만,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씨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유지태의 새로운 모습, 그 매력적인 싸이코 연기와 같은
강렬한 연기는 없다.
나는 이영애가 엄청날 줄 알았는데.... 잘하긴 했지만, 크게 머리에 새겨지진 않는다. 감정이입을 한 연기가 아닌, 그저 영화에 맞는 연기였다. 수많은 까메오들도 별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슥 지나간다. 정말 안타깝다. 수많은 캐릭터와 조연들도 나오지만 전부 별 역할도 없이, 별 인상을 못남기고 지나간다. 때문에 산만하기만 하다.
모든 조연들이 살아나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이런 면에선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이건 개인적인 얘기지만,
식탁 섹스 장면이나 여교도소 싸이코 에피소드 등의
역겹고 불쾌한 선정적 장면들이 정말 거슬린다.
너무 잔인한 것도 싫다. 박찬욱 영화는 늘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다.
생각해보라. 올드보이도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었을 텐데..
충분히 할 말 다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자극적이다. 싸이코 적이고.. 잔인함도 예술이라 혹은 영상미라 생각하는 건가.
영화를 본후 하루종일 불쾌했다. 정서가 오염된 듯한 기분...
예술성도 인정 못하겠지만,
예술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불쾌하게 표현하는 건 싫다. 불편하기 그지없다
가뜩이나 잔인한 범죄가 범람하는 사회에서,
이런 영화는 좀 그만 나오면 좋겠다. 살인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잔인하게 죽이나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변태적인 선정성도..
예술이란 모름지기 음미하고 나면 감동과 환희가 느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보고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혹은 사람이, 삶이 어려워도 희망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가 좋다.
추가로, 음악은 좋았는데, 난 영화음악 광팬이지만 앨범을 사고 싶진 않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음악을 들으며 이 영화가 떠오를 테니,
온전히 즐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불쾌한 금자씨다!
지나친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 형편없는 영화가 제발 과대평가 받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분명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가 '잔인하지 않고, 따뜻한 영화'라 했다.
그에게 잔인함의 기준은 무엇이며 따뜻한 영화라는 것을 생전 보지 못한 걸까? 괘씸하다. 난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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