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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그래도 스필버그는 위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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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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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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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1 오전 9:5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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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스필버그씨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과 존경을 받는 영화 감독이다. 아마 그의 필름들을 손으로 꾸욱 눌러본다면 으깨진 필름들 사이로 인류애와 가족애 라는 속지가 항상 끼워져 있다 .
하지만 감히 그를 가족영화 감독이라 부르지 않고 오히려 장인의 호칭을 부여하는 이유는, SF에서 전쟁, 드라마, 역사를 아울러 일관되고 명쾌하게 질러대는 영화속의 광활하고 장인주의적인 열정 덕분이다.
1938년 당시 정규 방송중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엄청난 속보를 전하는 장난(?)을 친 덕분에 라디오 드라마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은 미국시민들이 공황상태에서 거리로 뛰쳐나오게 한 해프닝을 벌여 당국에 의해 대본이 압수당하는 일을 겪었다.
투명인간, 타임머신을 탄생시킨 SF계의 아버지 H.G 웰즈가 1898년에 발표하고 1938년에 오손 웰즈에 의해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이 되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 작품의 압수당한 라디오 대본을 12년전에 스필버그가 경매에서 사들였을때부터, 지구를 파멸로 몰고갈 엄청난 외계인들은 개봉의 신호를 기다리며 땅속에 매복되었던 것이다.
'[우주전쟁]에서는 친절한 ET의 기억은 이제 지워야 할 것이다.' 라는 감독의 말 처럼 영화는 관람전 예상과 달리 'SF공포'의 공식을 따라간다. 외계인의 악의적인 공격의도는 커녕 식인에 가까운 살육이 이어지는데도 단 한마디 이유나 설명없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은 그의 초기작 'Dual' 에서 - 필자는 얼마나 이 영화에 공포를 겪었던가 - 아무 이유없이 운전중인 자신을 추격해오는 트럭의 공포와 동일선상에 있다. 영화의 배경이 뉴욕인 이유도 분명 시민들이 이유를 몰라서 더욱 완벽하게 겪었을 9.11 테러 공포의 폭풍을 재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주도 없고 전쟁도 아닌, 일방적인 외계인 테러 영화 - '우주전쟁'은 국내출판 당시의 제목을 그대로 차용한것임 - 인 [우주전쟁]은 한편으로는 스필버그의 명성에 큰 실망을 느끼게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역시 '그' 라는 생각을 함께 갖게 한다. 삶의 낙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레이(톰 크루즈)는 전 아내는 물론 아이들에게서도 놀림거리에 가까운 무시를 당하는 별 볼일 없는 밑바닥 인생이다.
아들과의 대화 도중 성질을 부리고 유리창을 부쉈을 때 그 깨진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레이의 멍한 모습은 터진 유리창 구멍처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처량해 보인다. 의사소통이나 공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던 그들에게 갑자기 몰아닥친 태풍과 번개 는 그들을 식탁아래 숨게 만드는 일사분란한 일체감을 제공하기 시작한다.
평론가들이 '스필버그이기에 가능한, 놀라움을 감추기 힘든 환상적인 씬' 이라고 입을 모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외계인의 등장과 뒤이은 폭파 살육 씬은 뇌리에 꽤나 긴 유효기간을 제공한다. 객석의 모든 입을 쩍 벌려버린 이 장면을 통과하면 의외로 이 영화는 끝나는 순간까지 한 두번 정도의 액션만 제공할 뿐 '우주전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우주전쟁씬은 나오지 않는다.
스필버그는 그게 진짜 의도였는지 아니면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였는지 영화의 포커스를 '외계인 침략'에서 '레이의 가족지키기'로 슬그머니 옮겨온다. 그의 인터뷰에서 처럼 이 영화의 주제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봐야겠다. 비록 매우 놀라운 폭파씬이나 군중씬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내내 보여지는 건 레이 라는 한 아버지가 자식을 지켜내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모습이다.
불나방처럼 외계인에게 뛰어드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며 애원하는 모습이나 두려움에 잠들지 못하는 딸을 보면서도 아는 자장가가 없어 눈물을 삼키는 장면등은 이 불쌍하고 무심했던 아버지에게 커다란 참회의 고통을 안겨준다. 자식들 또한 이 불쌍한 남자의 똥줄타는 노력에 깊은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을 것이 틀림없다.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결국 그에게 남겨진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해체된 가정일 지언정 그들의 명줄마냥 질긴 끈끈한 정 만은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을 던져준다.
많은 일반관객들이 마지막 장면의 황당한 결말에 이의를 제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원작자가 생물학 전공자라는 사실과 스필버그가 애시당초 외계인의 생사에는 별 관심이 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쳐다볼 필요는 없다.
외계인의 침공에 대한 독특한 공포와 묵시록적인 분위기,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벌이는 짐승과 다름없는 원초적인 파괴의 본능은 이 영화를 매우 뛰어난 수작 으로 평가받게 하면서도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 외계인 촉수 씬은 '쥬라기 공원'에서 아이들이 주방에서 렙터의 공격을 피하는 장면과 똑같을 뿐 아니라 거울을 이용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 등은 아예 반복에 가깝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거미로봇의 집요함을 완전히 복제한 장면 등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 별 생각을 안하면 너무나 손에 땀을 쥐는 장면이지만 -
창대한 시작에 비해 이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창의성이 떨어지고 소품에 가까워지는 것 은 분명 실망스럽고, 아무리 레이 라는 한 사람에 촛점을 맞췄다고는 하나 대규모 전투씬이 모두 간단히 생략되고 여객기 추락씬도 결과만 보여준 것은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그 암울함과 공포,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한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스크린에서 객석까지 충분히 잘 전달해주었다는 점에서 [우주전쟁]은 실망으로 그치기에는 너무나 또한 대단히 볼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12년 전의 쥬라기 공원 티켓을 끊은 이후로 거의 처음인것 같다. 극장을 떠난 중년의 관객들이 다 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많이와서 즐겁게 영화를 보는 풍경을 필자가 본 것은.
스필버그는 그래서 위대하다.
Filmania CRO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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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2005, War of the Worlds)
제작사 : DreamWorks SKG, Paramount Pictures / 배급사 : UIP 코리아
수입사 : UIP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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