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영화는 그 제목만큼 불편한 영화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시사회를 지켜보면서 이 영화가 그 소재나 플롯이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기 돈 내지 않고 보는 <시사회>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경계심은 많이 약해졌을 것이고, 남북이 분단되 통일에 대한 열망이 절박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그 설정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기에 관객들에게도 기대는 있었을 것이다.
2. 그러나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에서 <윤제균>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아차!" 싶었고(영화 제작),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갔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영화는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에 대한 클론이라고 할 만큼 극 전개의 특성이 똑 같았다. 단지 그 영화에서 화장실 유머스러운 부분만 제거해냈다고 할까? 좀 오바스럽다 느낄 정도의 과도한 슬랩스틱형 코메디에 뒤이은 아주 무거운 주제에 대한 진지한 드라마적 접근, 그리고 이를 통한 가슴 뭉클한 감동과 메세지 전달... 물론 어느 작품이 이렇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바로 윤제균의 작품들의 전개와 그 특성이 이러했다는 것이 문제지.
3. 영화든 연극이든 TV든, 어떤 주제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최선의 또는 적절한 형식/포맷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면이 드러난다. 처음에 실컷 웃다가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 왜 이래?"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가장 많이 웃음을 안겨 줬던 신구와 며느리의 휠체어 질주 장면이 대표적이다. 근 10분 가까이 계속된 이 장면에서 어느 순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스토커처럼 천천히 오토바이를 몰며 괴롭히겠다는 심보를 가진 사람처럼 연기하는 중국집 배달부의 모습은 그 코믹스러운 상황과도 실제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4. 연관되서 말하자면, 이 영화가 드러내는 부자연스러움의 주요한 요소가 바로 배우들의 녹아들지 않은 연기이다. 모든 사람들이 느끼겠지만, 이 영화의 배우진은 참으로 화려하다. 감우성, 김수로, 성지루, 신이, 요즘 절정의 연기와 전성기를 구가하는 신구와 김수미까지.... 그런데 이들의 연기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고, 삐그덕 거린다. 김수로의 현란한 개인기적 연기는 단지 너무 튀어보인다는 느낌만 주고, 후반부의 감동 연기와도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다. 감우성은 어쩐지 어색해서 끝까지 어정쩡한 모습만 보여주고, 김수미는 솔직히 휠체어 질주장면을 제외하면, 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정도이다.
단지 성지루만이 영화의 극적 전개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상승/변화 시켜가면서 감동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할 뿐이다. 정말 이 배우들을 모아놓고도 이 정도밖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너무 비효율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만이 점점 더 짙어졌다.
5. <통일>을 주제 및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최근에 꾸준히 만들어지는 추세이고, 사회적 분위기도 있다 보니까, 코믹한 접근을 꽤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창의적인 생각이지만, 이처럼 플롯과 드라마 전개를 다른 데서 따오는 식으로 편의적으로 이끈다면 결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음을 증거하는 <증거1>밖에 되지않는 것 같아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약에.... <굿바이 레닌>이 없었더라도 바로 이 내용의 영화가 나왔을까 하는 의구심은 최소한 들지 않게 만들었어야 했슴에도 낮은 영화적 완성도는 의구심과 불편함만이 교차하는 헛웃음만 양산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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