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판을 기대한다.'
오늘 ‘킹덤 오브 헤븐’을 봤습니다. 지난해 시대극들인 트로이, 킹아더, 알렉산더에 연속 실망하고 시대극이 쇠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라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 상당히 인상에 깊게 남는 영화였네요.
사실 재미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글래디에이터엔 못 미치죠.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 나온 시대극들보단 재미면에서도 볼만했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이 인상에 깊은 건 이 작품의 역사적인 시선과 평화와 공존에 대한 메시지 때문이었네요. 사실 그동안 헐리웃 영화에선 중동에 대해 좋은 시선을 보여준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제가 본 작품 중엔 한 편도 없음.) 이번 작품에선 중동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기독교인이 십자군원정 때 저지른 만행을 숨김없이 말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시대극들이 대부분 선한편과 악한편의 구분을 두고 선한놈이 악한놈을 물리친다 식의 내용을 보이는데 반해 다른 문화권과의 공존과 평화를 메시지로 내세우는게 상당히 색다르면서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더군요.
그외에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연출도 좋았고요.
하지만 부족한 점도 제법 느껴졌는데요. 아무래도 작품이 원래 찍은 분량이 3시간 이상인데 거기서 한시간이나 짤라내서인지 중간중간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발리안’이 아버지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면서 가르침과 훈련을 받는 과정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것이나 예루살렘을 가는 도중 배과 침몰될 쯤의 이야기가 충분히 나오지 않은 것, '발리안'과 '시빌라'의 멜로 얘기도 몇장면 더 있어서 멜로의 설득력을 더 강화시켜주지 못한 점 같은 것 등. 세부적인 면에서 좀 부족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디테일의 부족으로 훌륭한 걸작이기에 한 5% 부족하달까…
(5%가 부족하다해도 95%정도는 된 훌륭한 작품이죠.)
그래도 리들리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시간 짜른데 대해 DVD에 삭제장면을 보여줄 수 있어 그리 심려 안한다고 얘기했다하니 삭제된 장면들을 복원시킨 감독판이 DVD로 나오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그게 정말 제대로 된 ‘킹덤 오브 헤븐’일 거라 생각하고 감독판을 보길 기대하고요.
Cf. 솔직히 ‘올란도 블룸’의 연기는 주연을 잘 소화해낼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래도 명연까진 아니더라도 영화의 주연 정도는 소화할 정도의 연기는 보여주더군요. 연기자로서도 기대를 해볼 만 하겠습니다.
완성도: ★★★☆
오락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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