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기네스펠트로, 다니엘 크레이그)
아주 오래전에 '사의 찬미'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죽음을 노래하던 여자.. 자신의 노래처럼 불운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여자.. 윤심덕..
'실비아' 역시 그런 류의 영화이지만, 뭐랄까, 조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자신의 예술적인 감성으로 인해, 스스로 결박당한, 그리하여 죽음을,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예술로 승화시킨.. 어떻게 보면 죽음을 너무 동경하게 만들법도 한..
게다가.. 그녀의 삶 속에서 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결혼한 여자라면, 아이를 낳아 길러본 여자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법한.. 그런 공감되는 감정들..
조금만 더 쉴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잘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이해받을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면..
어쩌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부부간의 불화.. 우울증.. 의부증.. 자살..
그랬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만 있었다면 그녀는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은 살아있지만 영혼은 이미 죽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었을런지 모른다. 그리함으로, 그녀는 죽음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찬양하고.. 결국, 죽음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게 되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음울하다. 암흑과 침묵.. 절망과 고통.. 죽음과 사랑.. 집착.. 예술..
실비아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울리는 듯 하다.
"너무나 두려워하면.. 정말로 그런 일이 생겨요.."
사악한 내 마음의 약탈자 언젠간 그이로 인해 죽음을 맞을지라도 당신만을 내 운명으로 기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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