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신문에 실린 야기라 유야의 모습은 참 반가웠다. (많이 컸네...^.^) 아무도 모른다는 작년 피프에서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작품이었다...... 봉지를 들고 골목길을 걷던 그 아이,,, 아이들끼리의 삶이라는게 너무나 마음아팠던 영화,,, 그리고 주연배우의 표정이 잊히질 않았던. 그 배우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영화가 개봉한다니 너무나 좋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많이 슬프긴 하지만. 감상소감은 그 때 쓴 거다 (구닥다리네 ^.^;)
- 아무도 모른다 -
일본영화, 1988년실제있었다는. 집주인에게 단촐한 식구라고 말해놓고 나머지 아이들은 몰래 가방에 숨겨서 이사를 온 가족. 메니큐어를 발라주던 엄마. 아이들과 친구같이 놀아줄줄도 알던 엄마. 여릿한 코맹맹이 목소리에 철딱서니 없던 엄마. 그 엄마는 남자가 생겨 집을 떠나고, 계단같이 쪼르르한 아이들 네명만이 남겨졌다. 그들이 생존해가는 이야기.
처음 얼마간은 유지되었다. 엄마는 일하러 나가시고... 아이들은 집에서 놀고 밥도하고.....
그리고 엄마의 부재.... 버려지듯 남겨진 아이들... (스스로 살아가기엔 너무나 이르지 않는가...)
큰아이는 봉지를 들고 슈퍼를 다녀오고.... 그날 지출을 적고 남은 돈을 계산했다.... 작은아이도 늘 그랬듯 빨래를 빨고 꼼꼼하게 집게를 찝어서 넌다.... 시간이 가고.... 돈이 떨어지고... 아이는 여기저기 엄마의 남자였던 사람을 찾아다니며 얼마간 돈을 얻으며 버티어 나간다....
그리고 돌아온 엄마. 먹고사는것과 관계없는 선물을 잔뜩 안겨준 채... (아이들이 비참하게 생활한다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그녀는 또 어딘가로 사라진다....
엄마가 발라준 메니큐어는 벗겨지고.... 계절이 바뀌고...해가 넘어갔다 아이들의 머리는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길고....... 단아하고 깔끔한 큰아이의 행색도 거지꼴이다... 집안은 잡동사니와 냄새나는 쓰레기더미가 쌓여있고... 더이상 전기도 끊어지고 물도 나오지 않는다....
취업할 수 없는 연령이라 일도 못하고... 학교도 다니지 못하며... 엄마도 없고.... 친구도.. 돈도...
보기가 괴로웠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나갈 지 눈물밖에....
그러나..... 아이들은 물을 길러오고.. 생일이라고 그들만의 축제(주인눈을 피한 바깥으로의 몰래 외출)를 갖기도 하고... 씨를 줏어와 화단에 심는다.... 개구장이 막내는 먹을 물도 부족한데도...화분에 물을 주고 그 씨들은 쓰레기더미 집에서 파랗게 싹을 디밀어 베란다를 가득 푸르게 채워준다...
그들에게 친구가 된 여자아이. 그녀가 그 집을 방문할 때 놀랐던 것처럼... 나도 그 베란다의 가득한 식물들이 희망의 눈부심으로 느껴져서...가슴이 벅찼다. 큰 아이에게 몰래몰래 먹거리를 나눠주던 편의점 알바도 너무나 고맙고...
비행기를 보고싶어했던 셋째아이의 죽음... 시간이 너무나 많이 지나버려... 이제 다시는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버린 후에도 그들은 생존해나간다.... 서로가 함께 기대고 살아갈 수 있으니... 비록 남루하고 헤어진 옷을 입고서지만....
* 조금만 더 적극적인 해피엔딩이었음 했다. 어떤식으로든. 최소한 깨끗한 방에 깔끔한 옷차림정도라도 기대했다...그러나 그들은그모습 그대로 희망을 말한다. 세월이 지나면 결핍된 환경에서의 성장이 거름이 될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믿지만......
참 많이 운 영화다. 두시간 이십여분 내내. 관객들 대부분이 그랬다. 여기저기서 훌쩍훌쩍거렸다. 그렇게 방치한 나쁜 엄마를 욕하면서.....어른들의 손길이 떠난 아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과자라면음료수따위와게임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밥을 먹기 싫어한다 : 감독이 이것을 빼놓았다면 이영화의 리얼리티는 좀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금방 영양부족상태가 되기쉽다. 영화속에서는한달여정도는 꽤 정리된 생활을 한걸로 나오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그리 지속적이지 못하다. 삼일만 지나면 쓰레기속에 파묻히고 말걸. 아이들이란 스스로 성장할 때까지는..어른들이 돌봐주고 배려해줘야만 한다. 분명히.
처절한 생존의 시간들이었음에도....구구절절한 울부짖음이나 눈물로 포장하지는 않았다. 조용한 움직임. 절제된 대사. 사소한 위트.(금지된베란다). 그리고 한순간 무너질 뻔 했지만, 다시회복한 정서. 아이들간의 친밀감. 사소한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런것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얼마나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금지된 영역인 베란다씬, 종이씬. 메니큐어씬등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인상깊었던 건 주인공 인 큰아이(유야 야기라)였다. 틈만 나면 학교문앞에서 앉아서 하염없는 눈길을 주던. 눈매나 턱선이 갸름한 얼굴에 차분하고 말없는 그의 표정은, 조금치의 과장도 없는 자연스러운 연기여서...시선을 뗄 수 없게 했다.(그래서 더 슬펐다) 칸이 남우주연상 준 이유를 알겠다. 그가 봉지를 들고....골목길을 걷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01년 <디스턴스>에 이은 그의 두 번째 2004, 깐느 경쟁 진출작, 피프 아시아 영화의 창 초대작. '04. 10. 11. 부산극장
p.s 권하고 싶다. 우리영화 가족, 이란의 '천국의 아이들', 혹은 같은 일본의 '키쿠지로의 여름'등과 더불어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훌륭한 영화가 나왔다. 개봉했으면 좋겠다. 올해 내가 본 피프에서의 최고작으로 정할까. (아.....맘속으로 빈집과 싸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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