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웨이 (2004. Sideways)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 토마스 헤이든 처치 / 버지니아 매드슨
마일즈(폴 지아마티)의 캐릭터는 나를 가두고 있는 내면 세계와 비슷한 공감대 혹은 동질감 따위를 느끼게 해 주었다. 특별히 잘하는 일 없이 뭔가 하려고 하면 여기 저기서 깊은 태클이 들어오고 하찮게 여겨지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마일즈...
"니 행실은 형편없지만 같이 가게 되어 기쁘다" 라고 하며 마일즈는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와 함께 대학시절 약속했던 일주일간의 와인 여행을 떠난다. 와인 애호가인 마일즈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와인에 대한 감각적 미(味)각을 과시하며 골프도 치고 평온한 자연을 느끼고자한다. 하지만 제목(Sideways : 비스듬한,엇나간길)에서 처럼 여행은 순탄한 길만을 가지 않는다. 2년전 이혼한 부인이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출판사에서 보낸 논픽션 소설 역시 출판거부를 당한다. 마일즈는 "세상은 내 소리에 귀를 귀울여 주지 않아.. 필요없는 존재니까 얼마나 하찮았으면 자살도 못하겠다.. 내 인생의 반이 지나갔는데 남에게 보일거라곤 하나도 없이 고층 빌딩 유리창에 묻어있는 지문정도 밖에 안된다고.. 나는 백만톤의 꾸정물과 바다로 같이 가는 휴지에 묻어있는 배설물 자국이야" 라고 하면서 비관적인 자신의 인생을 한탄한다. 그의 인생에 있어서 별다른 해결책은 보일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마일즈는 피노누아(와인)을 마시며 상황을 인지하고 즐기려고 한다. 어차피 잃을 것도 이제 얼마없다. 그런 그에게 와인을 통해 알게 된 마야(버지니아 매드슨)는 사랑을 통해 '희망'을 깨닫게 해준다. 보잘 것 없는 두 중년 남자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난다.
젝 니콜슨/케시 베이츠 등이 출연한 '어바웃 슈미츠'를 연출해 골든 글러브 최우수 각색상 등을 받은 알렉산더 패인 감독은 '사이드 웨이'를 통해서도 각종 비평가 협회 최우수 작품상을 석권하는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유괘한 대사와 감미로운 째즈의 선율에 따라 로드 무비의 장점을 살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눈으로 '와인'의 맛과 향을담아 주었다. 마일즈를 연기한 풀 지아마티는 중년 아저씨의 중후함보다는 대머리임에도 불구하는 귀엽다는 인상을 남긴다. 어리버리하고 소심한 캐릭터로 에피소드를 통해 플레이보이인 토마스 헤이든 처치와 함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한다. 마야 여을 맡은 버지니아 헤드셋은 눈가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중후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삶이란 주어진 공식이 있진 않다. 그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 개인의 몫이다. 긍정하는 삶을 살아가고 상황을 즐길 줄 안다면 마일즈 아저씨처럼 드러운 꼴을 당해도 삶이란 고된 레이스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드웨이의 그들처럼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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