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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유일하게 메가박스 16관, 하루 단 2회 상영. <바이브레이터>를 관람하기 위해선 상당히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했다. 비주류 일본 예술 영화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듯 쓸쓸해보이는 단관 개봉...하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보여줬던 것처럼 장기 상영의 길은 언제나 열려있겠지.
낯선 여자와 낯선 남자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탐닉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랑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스토리는 쉽게 그림이 그려진다. 하지만 <바이브레이터>는 그런 만남의 전형성을 탈피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어떤 슬픔 그러나 우리가 자세히 알지는 못한 내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는 편의점에서 만난 낯선 남자와의 만남이 상처를 치유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트럭운전사인 연하남과의 툴툴거리는 트럭 엔진 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사랑, 그것은 그녀의 상처입은 영혼이 떨리는 것과 일치한다. 떨림으로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녀를 힘들게 만들었던 환상과 거식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고 있을까. 그 어떤 상황으로부터도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 하지만 남자는 지켜봄으로서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고, 씻김과 감싸안아줌으로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이런 이해와 소통의 방식이 여성성을 제공하는 것을 통해 남근의 주체의식을 가져다준다는 해석을 낳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트럭운전사와의 며칠 간의 동행은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면서 여행이라는 것이 지쳐있는 삶에 활력을 주는 장치임을 명확히 해준다. 일상생활로부터의 탈피가 주는 해방감이 삶의 새로운 희망으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며칠간의 여행이 끝난 후, 남자와 여자는 처음 만났던 편의점에서 헤어진다. 헤어짐에서 가져올 수 있는 그 어떤 아쉬움을 배제한 채, 그들은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처음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녀의 상황은 아픔에서 엷은 미소로 바뀌어 있음을 볼 때, 나 또한 미묘한 떨림으로 그녀의 진심을 느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음악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절반 이상의 관객을 보면서 여주인공의 마음을 함께 느끼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지금이 나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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