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이드웨이>를 연출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이미 <일렉션>과 <어바웃 슈미트>를 통해 북미에서도 작가주의 정신이 살아 있는 감독으로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전의 두 작품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이제 어느듯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렉스 피켓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초로 하여 영화를 만들었기에 시나리오는 상당히 완벽한 편에 속한다. 소설을 각색해서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감독의 장인정신까지 함께 녹아들어감으로써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스크린속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영화 <사이드웨이>는 너무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중년남자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특히 마일즈역의 폴 지아매티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 선사해주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정도로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적으로 좋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기에 미국에서 시상하는 각종 영화시상식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우선 그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골든 글로브 코메디-뮤지컬 부문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수상 뉴욕,LA,시카고,보스톤 비평가 협회 최우수 작품상 오스카상 주요 5개부분 후보등등
북미에서는 상당한 작품성을 인정 받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다른 어떠한 말보다도 저 수상 내용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사이드웨이>는 LA에 사는 이혼한 영어교사인 마일스와 그의 친구 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일스에게 유일한 삶의 낙이자 즐거움은 바로 와인이다. 그런 그에게 대학시절 친한 친구인 잭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마일스는 잭에게 와인 여행을 떠나것을 제안하게 되고, 둘은 와인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경험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대충적인 줄거리만 보더라도 이 영화에서 와인이라는 매개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이 높다. 두명의 주인공이 여행하게 되는 계기도 와인이면, 잭과 마일드가 와인 여행을 통해 겪게 되는 경험과 만남들도 역시 와인이 그 중심적 상황에 있기때문이다.
와인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못하는 관객들이라도 이 영화를 통해서 여러가지 와인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만큼 다양한 와인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와인들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결국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보여주는 와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의 복제판이라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닐 것이다. 두 주인공의 심리상태나 현재의 모습들이 다양한 와인 이미지와 겹쳐보이게 되는 것은 이 영화가 전해주는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결국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러한 감정을 건드리는 소재로 와인을 채택한 것이다.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상당히 극적인 여운과 함께 영화를 본 후 여러가지 상념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헐리우드 영화가 최근에 자극적인 소재나 재미적인면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아직도 헐리우드 영화가 외 세계에서 통하고 있는지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를 보여주는 영화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미국 평론가들이 2004년 최고의 영화로 선택한만큼 영화적 완성도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사이드웨이>는 가벼운 기분으로 영화를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미국 개봉에서도 큰 흥행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한 영화이기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으로 생각한다면 상당히 볼만한 영화이지만,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자한다면 영화에서 전해주는 주제가 코메디적인 요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무겁게 와 닿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가볍고 무의미한 영화에 지친분들이라면 가끔 이런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른 영화를 보는 재미를 전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