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특히 어렸을 적 꿈을 이룬 사람들은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비유하자면 어린 시절 꿈꿔왔던 원대한 꿈은 가슴에 품은 사각형의 큰 돌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현실이라는 비바람에 마모되고 이리저리 채이면서 그 돌의 모서리는 점점 닳아서 작아지고 어디에서나 잘 어울릴 수 있는 둥그런 형상이 되어간다.
처음 꿈꿨던 사각형의 큰 돌을 유지하기 위해선 돌이 움직일 수 없도록 힘껏 안아 주어야 한다. 모서리는 날카로워 유혹에 흔들리려 할 때마다 힘껏 안으면 안을수록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긴다. 어떤이는 돌을 능숙하게 다루고 또 어떤이는 아직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 아프지만 그 꿈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다른이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복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 행복을 아는 3명의 젊은이가 있다. 저마다 가슴에 사각형의 큰 돌을 고통스럽게 안고 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있다. 큰꿈을 안고 7명으로 조직한 밴드는 이제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리더 성우, 키보드맨 정석 . 드러머 강수 이렇게 3명만 남았다. 도시에게 설자리를 잃은 이들은 용달차에 몸을 실고 지방의 회갑잔치와 변두리 단란주점의 밴드로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성우의 고향인 수안보의 "와이키키" 라는 나이트 크럽의 전속밴드로 정착하게 된다. 그곳에서 성우는 고등학교 시절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밴드를 조직했던 3명의 친구들은 만난다. 그 시절 음악만으로도 행복했던 우정만으로도 기뻤던 순수한 친구들은 각자의 생활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같은 꿈을 향해 순수하게 질주했던 친구들과 자신의 현실에서 성우는 혼돈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와이키키 멤버들은 조직에서의 필수조건인 조화와 이해도 잃어가고 있었다. 급기야 드러머 강수가 고단한 현실을 못이기고 고향으로 떠나고 정석은 다른 여가수와 듀엣을 결성하며 성우마저 와이키키를 떠나 동네 단란주점과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 시장 노래 자랑등의 밴드를 하며 전전한다.
삶의 막다른 곳까지 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과 해변가에서 모두 벗어던지고 뛰놀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술손님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모두 벗어버렸지만... 이제 성우에게 남은 건 벌거벗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가려줄 수 있는 기타뿐이다.
정석이 다시 돌아오며 성우의 옛 여자친구인 인희와 함께 다시 밴드를 조직하며 영화는 끝을 맺게 된다.
한국영화에는 우리 주변의 밑바닥 인생..소위 "삼류"라 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참 많다. 특히 나이트 클럽과 건달들을 소재로 하는 초록물고기, 넘버3, 파이란 등은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들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역시 밤무대 삼류밴드의 이야기이다. 순수했던 열정은 많았지만 삶의 밑바닥으로 곤두박질 할 수 밖에 없었던 와이키키.. 같은 꿈을 꾸지만 한쪽에선 기립박수와 스포트라이트를 다른쪽에선 절망에 허덕일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이들에게 삼류밴드라고 비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