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체 게베라에 대해선 책도 한 권 안 읽은지라 잘 알지 못한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남미의 무장 혁명가, 공산주의자 정도로만 알고 있다. (모 공산주의란 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왜곡이 어찌나 심해선지 공산주의에 대해 일단 판단 보류 상태지만^^) 어쨌거나 부산영화제에서도 화제작이었고, 생각보다 긴 시간 극장가에서 버텨준 덕에 에레네스트 체 게베라를 접하게 되었다.
#. 으레 영웅적 인물의 일대기이겠거니 하는 이 영화에 대한 편견은 맨 처음 나레이션에서부터 깨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영웅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 텍스트는 영웅의 영화화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감독의 선언인 듯 하지만, 영화적으로는 그렇게 눈에 튀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다큐 형식도 아닌 것이 로드무비 형식을 띄며 거칠게 툭툭 메시지를 던져대고 있다. 한 번 더 영화를 설명하는 나레이션은 '단지 한 시대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두 젊은이의 이야기일 뿐이다'란 말이 나온다.
그 당시 남미의 상황에 대해선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을 뿐이라, 아메리카 민족의 문제, 빈곤의 문제에 대해선 일반론적으로 밖에 접근을 못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적으로 본다면 영웅을 접하는 감독의 시선에 그간의 편견이 깨지는 듯 하다. 으레 영웅을 다룬 영화라 하면 웅장한 스케일에 고난을 넘어서는 해피엔딩류의 슈퍼맨 영화로 장르화되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입지전적인 '체 게베라'를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어떠한 칭송 하나 없다. (범인과 다른 씬이라곤 아마존강을 헤엄쳐 건너간 부분 뿐.)
#.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적이라기보다 다분히 선전적이란 느낌이 든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파헤치는 선전이 아니라 우리가 영웅을 신화하는 과정에 은유적으로 던지는 독설의 선정성. 이 사람이 아무리 영웅이라도 결국은 우리랑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고로 영웅이라 부르고 싶진 않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모두가 영웅이거나 모두가 범인일 수 있다. 그런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는 구현되지 못했지만서도...
#. 그래도 극장을 나서는 순간 거부감 느끼는 선전성 보다는 괜찮은 영화네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건. '영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고장이 나버리는 모터사이클처럼 우리는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서 모터사이클 보다는 너무나 일상적인 다이어리에 주목해야 될 듯 싶다. 그래야 자본으로 고착화된 영웅이 없는 시대가 올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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