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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t Jones 2 : The Edge of Arrogance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vertigo1 2004-11-24 오후 3:16:18 1347   [7]
 

제목이 갖는 이상함

영화 원제는
Bridget Jones: The Edge of reason 인데 우리말 제목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 열정과 애정 이다. 원제를 풀어 쓰면 끝자락에 걸린 이성, 브리짓 존스(뒷글에서는 브리짓으로 줄여 쓰겠음)가 그만큼 사랑에 목매달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1편을 본 사람은 브리짓과 마크(콜린 퍼스)가 사랑하는 사이임을 알고 이제 두 사람이 어떤 사랑을 펼칠 지 궁금해할 것이다.

참 오랜만에 실컷 웃게 만든 영화였다. 르네 젤위거가 보여주는 적당한 코믹과 오버하지 않는 표정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서로가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에서 남녀는 사물과 세상을 저렇게 달리 볼 수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런가? 사랑을 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지키려는 모습도 그리 위악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찰지게 웃음짓게 만든 건 영국 사회에 대한 비틀은 풍자였다. 브리짓은 자선행위가 게으른 사람을 도울 뿐이라는 생각을 가진 영국 상류층을 대머리로 비웃고, 이튼 고등학교를 파시스트 소굴이라고 깍아내린다. 이런 대사와 암시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고, 감독이 주류 비틀기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사뭇 궁금했다. 그런데



숨겨진 맞섬

영화 앞마당에서 보인 재기 넘치는 대사와 위트가 뒷마당으로 갈수록 차츰 빛을 잃어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과 마지막에는 뒤통수치는 반전이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것은 감독이 앞마당에서 보여준 주류 비틀기가 단순히 영화 소재로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는 바람이기도 했다. 이야기가 흐를수록 내 예상은 빗나갔다. 영화에 숨겨진 의도를 알아챘을 때는 내가 너무 많이 웃은 뒤였다(이런 바보).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라 서구 사회 주류 보수들이 가진 이데올로기를 교묘히 깔고 있는 정치 영화였다.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나 계급 갈등이 있다. 브리짓과 마크는 서로 다른 계급에 속해 있다. 브리짓은 중류층 사람을, 마크는 상류층 사람을 상징한다. 두 사람이 싸우는 이유를 잘 보라. 정말 사소한 것 같지만 싸움을 하는 이유는 바로 계급 갈등에서 비롯된다. 잠을 잘 때 속옷을 개고 자나, 자식을 사립학교나 공립학교에 보내냐, 라틴어를 아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결혼하면 이 모든 차이가 한번에 사라질까? 사랑이 만병 통치약이라는 그릇된 미신은 바로 지배 계급이 예전부터 널리 퍼뜨린 신앙이었다.

동화책을 보면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과 결혼은 무수히 많다. 우리는 그것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이 사회가 가진 모순과 갈등을 해결한 적이 있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본래 있었던 계급과 그들의 문제를 애써 잊게 된다. 이게 바로 보통 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잊게 만드는
신데렐라식 신분상승 이데올로기이다.

그래서 영국 사회에 있는 계급 갈등과 모순은 브리짓과 마크가 벌이는 사랑놀음에 반찬거리 정도로 머문다. 이건 비반 키드론 감독이 처음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이 고작 주류계층을 건드리는 데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비반 키드론 감독이 만든 예전 작품들을 찾아보니 역시나 였다. 재능있는 연출자일진 모르지만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어쩌면 잊어버린).

영화란 무엇일까? 단순히 오락품일까? 세상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면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주류에 도전한다면 그것을 비판하고 뛰어넘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주류에 속하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은 주류를 건드릴 수는 있어도 그들을 거스르지 못한다. 굳이 먼 나라 얘기 할 필요가 뭐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아 탈인데



Like a virgin

그러나 정작 내가 놀라고 슬펐던 것은 우리가 제 3세계 사람들과 그들이 가진 처참한 문제들을
까르륵 웃으면서 즐기는 데에 있었다. 브리짓은 태국에서 마약을 빼돌리려는 누명을 씌고 감옥에 갇힌다. 친구와 방송국 동료도, 영국 대사관도 그녀를 외면한다. 이게 바로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사람 뿐만 아니라 서구사람들의 본 모습이다.

외톨이가 된 브리짓에게 다가오고 친구가 된 사람들은 감옥에 같이 갇혀 있던 여죄수들이었다. 그들도 마약을 팔거나 매춘을 하다 붙잡힌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브리짓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런 사람들과 만나보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들 삶을 이해하지도 못할텐데 오히려 그들이 브리짓을 보다듬고 힘을 나눠준다. 여죄수들은 브리짓이 입은 슈퍼 브라에 관심을 갖고, 브리짓과 함께 마돈나가 불렀던
Like a virgin을 함께 불렀다.

난 이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저게 바로 제3세계에 사는 힘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한때라도 걱정을 잊게 하는 노래 부르기가 그들이 가진 단 하나 낙일 것이다.

그런데 여죄수들에게 제대로 노래 부르라며 음정을 가르치는 천진무구 얼굴빛을 한 브리짓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감옥에서 나갈 때 여죄수들에게 초콜릿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를 선물로 주고, 런던 공항에 나온 기자들에게 감옥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태연히 말하는 브리짓. 이제 알겠다. 왜 서구사람들이 그토록 태연히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고문하는지.

왜? 브리짓을 보라. 브리짓에게는 아무 죄책감도 반성하는 빛도 없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태국 뿐만 아니라 다른 제3세계가 가진 문제들 가운데 대부분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배를 하면서 생긴 것들이다. 마약을 팔고 매춘하는 일들도 따지고 보면 이들 제국주의 국가들이 남긴 상처 때문이다.


제국주의가 드리운 그림자

이 영화를 만든 영국이라는 나라를 보자. 한때
해가 지지않는 나라 라고 스스로를 오만스레 치켜세운 나라다. 이 나라가 한 일을 보면 설마 사람이 이 정도는 아니겠지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분쟁지역이 팔레스타인, 인도·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들이다. 역사 공부한 사람은 영국이 지배했던 곳임을 알 것이다. 같은 제국주의 국가였던 프랑스가 지배했던 지역들 가운데 위에 있는 국가들처럼 분쟁이 있는 곳은 없다.

그것은 제국주의 지배가 끝나고 두 국가가 했던 처리과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영국은 자신들이 지배하기 편하게 그 지역에 있는 정치
·종교 세력들을 포섭하고 떄로는 서로 이간질을 시켰었다. 그래서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식민지배가 끝나자 나몰라 하고 팽개쳐 버리고 손을 털었다. 당연히 남아있던 세력들이 모든 문제를 떠안고 지금처럼 피튀기는 시끄러운 곳이 되었다. 프랑스는 왕고집을 부려 알거지 신세가 될 때까지 남아 식민지배를 하려했다. 베트남에서 쪽박 찬 일이 보기 좋은 예이다. 그래서 프랑스가 지배했던 지역에서는 아직도 프랑스어가 쓰이고 그 문화가 짙게 남아있다. 그렇지만 영국이 지배했던 곳은 영어가 남아있지 영국어는 남아있지 않다.

이런 짓을 저지른 나라였으니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후회가 있을 리 없다. 제3세계 사람들이 가난과 부패로 힘겨울 때 한다는 짓이 고작 노래나 가르치고 초콜릿을 주는 게 다라고 생각한다(초콜릿을 주는 것도 게으름뱅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아까워할지 모른다). 바로 브리짓이 이것을 천연덕스럽게 대신하고 있다. 브리짓이 준 초콜릿을 보면서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미군들이 자기들 쫓아다니는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던져줬다는 얘기가 떠오른 건 왜일까?

그래도 양심이 있었나? 내일이 있으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겼는지 브리짓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선물한다. 서글프다. 이게 한 파운드 살이 찌는 것을 걱정하고, 라틴어를 못한다고 푸념하는 브리짓과 서구사람들이 가진 문제의식이다. 배고픔 모르고 따뜻한 집이 있고, 애인이 속옷 개고 잔다고 푸념하는 그네들에게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분명 복음서일 것이다. 남자 친구가 몸팔라고 치근대고 마약해서 돈 벌어야 되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쓰레기밖에 안된다.

이 장면은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건 제3세계 사람들을 욕보이고 사람이 가진 존엄성마저 갈갈이 짓이기는 폭력이다. 한술 더 떠서 브리짓은 감옥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태연히 말한다. 그래, 그들에게는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함께 있었던 여죄수들은 감옥 안팎이 나눠지지 않는 사람이다. 감옥 밖인들 안과 다를게 없다. 그들을 괴롭히는 사람만 다를 뿐이다. 브리짓이 이걸 이해했다면,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대했다면 가소로운 선물 따위로 그들이 주었던 참마음을 값싼 동정과 바꾸는 짓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테러 전쟁을 위해서

난 브리짓을 보면서 미국 부시 대통령이 참으로 선한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 만화를 보면 부시를 악마같이 그린게 많다. 두 귀를 날카롭게 세우고 얼굴을 각지게 만들어서 악마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런데 부시가 이라크에 미사일을 날리고 고문하라는 명령도 브리짓처럼 정말 순수한 얼굴빛으로 했을 것 같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게 정말 이라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도 브리짓이 태국 사람들에게 한 행동들을 보며 아무 꺼리낌없이 웃지 않았나? 그때 브리짓 얼굴빛이 조금이라도 사악해보였나.

다니엘(휴 그랜트)이 마크(콜린 퍼스)에게 말한다. 태국 여자랑 잘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태국 청년이었다고. 우린 또한번 크게 웃는다. 제3세계가 가진 처절한 문제는 이 웃음 하나로 홀연히 사라진다. 이게 바로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앞으로 이란이나 북한)에서 벌이는 전쟁에 다른 나라도 따라오고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값싼 웃음으로 무마하자는 전략이다.

마크가 브리짓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다니엘이 모른 척 했다고 따지고 밖으로 끌어내어 싸운다. 꽤 멋져보이는 신사도 정신같지만, 언제 마크가 그보다 더 어려운 제3세계 사람들에게 관심가진 적이 있나? 왜 영국처럼 미국과 함께 가지 않냐고 다른 나라를 윽박하는게 뻔히 보인다. 마크는 다름아닌 지금 영국 총리인 블레어를 멋지게 포장한 것이다. 다니엘이 마크에게 브리짓과 결혼하라고 충고하고 자신은 유부녀가 땡긴다는게 하는게 말장난일까. 우리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고 미국에게
뭐 좀 먹을게 있나? 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

이 영화는 영국이 미국과 같이 가는 대테러 전쟁을 교묘히 지지하고 그들과 맞서는 제3세계를 비뚤지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영국과 미국이 벌이는 행동에 정당한 이데올로기를 심고 우리같은 애매한 방관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이 영화에 정치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는 것은 이런 뜻에서이다.


분노해야 한다!

난 이 영화가 12월에 개봉하면 얼만큼 흥행에 성공할거라 생각한다. 사실 연인들이 보기에 편하고 즐겁기도 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 숨겨진 저의에 우리가 휘둘려서는 안된다. 우리를 비하하거나 왜곡하는 다른 나라 영화가 나오면 우리는 분노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와 사람들을 비뚤지게 그린다면 당연히 맞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뒤틀리는 대상이 되고 그들이 던지는 값싼 동정에 희희덕거리며 좋아할 것이다. 바로
Like a virgin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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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2004, Bridget Jones : The Edge of Reason)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Working Title Films / 배급사 : UIP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 http://www.bjd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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