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
쿠바 혁명가였던 체 게바라가 남겼던 명언이 요즘 가슴깊히 박힌다. 나의 삶속에서 꿈꾸고 있는 것들이 리얼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쿠바에서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시킨 뒤, 출세의 자리를 박차고 볼리비아 혁명에 가담해서 39세라는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었던 신화적 인물로 기억되는 그. 하지만 혁명가로 알려지기 전, 그도 평범한 젊은이인 아르헨티나의 의대생이었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아르헨티나의 의대생이었던 23살의 젊은 체 게바라를 주목한다. 열정이 넘치는 23살의 의대생 게바라. 엉뚱한 생화학도이자 그와 마음이 맞는 29살의 친구이자 형인 알베르토와 함께 6개월간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결심한다. 낡고 오래된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모터싸이클에 몸을 싣고, 칠레 해안을 가로지르고 페루의 안데스 산맥을 넘어 아마존 유역의 볼리비아까지... 멋진 세상을 구경하고, 각 나라의 여자들과 잠자리를 갖겠다면서 호기롭게 출발했던 그들의 여행. 하지만 세상을 향한 그들의 시선은 어느덧 자연스럽게 인간에게로 옮겨진다. 정치적 이념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 불평등한 고용착취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가난한 삶에 찌들린 원주민들... 의대생이었던 푸세는 친구 알베르토와 여행중에 나환자촌을 방문하여 그곳에 머물게 되고, 순수함과 열정으로 나환자들과 의료진의 감동을 주고 떠난다. 이제 곧 여행을 마치고 각 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그들. 젊은 게바라의 여행은 끝났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이미 열정으로 가득차 있음을 느낀다. 체 게바라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와 함께 여행했던 주름살 가득한 알베르토의 실제 화면이 겹치면서 막을 내리는 엔딩은 실화가 줄 수 있는 감동에 삶의 벅찬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훗날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로 추앙받는 체 게바라와 함께 남미 대륙을 여행했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가 보았던 세상의 시선을 나도 함께 느끼면서 나또한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이 영화는 비록 체 게바라를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것이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멋진 로드무비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영화로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안데스 산맥과 잉카 유적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본다는 것은 분명 축복이다. 이미 전작 <중앙역>으로 인정을 받았던 월터 살레스 감독의 안정된 연출력과 관객들을 웃기고 때로는 울리게 만드는 주연배우들의 멋진 앙상블, 남미의 열정적인 선율의 음악 등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내게 하는 요소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고작 예술영화로 취급받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남미대륙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