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에 있었던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나와 앨리스> 공식 상영 전.. 필자는 이 영화 곧 개봉할 꺼라고 후배한테 왠만함 보지 말고 다른 영화 보자고 졸랐다. 후배는 이 영화 예매할려구 자기가 아침 7시부터 여의도 부산은행지점에서 2시간 버팅겼다구 무조건 봐야한다고 우겼다. 어쩔 수 없이 서로 하나씩 포기하고(필자가 먼저 포기하고, 다음 영화는 필자가 하자는 거 하자고 했음) 들어선 해운대 XX박스 극장 6관.. 그 나마 자리가 좋아서 더 안심했던 그 135분여의 시간.
처음 오프닝은 그저 그런 하이틴 영화처럼 학년 막판 아침에 학교가기 싫은 두 여학생이 어떻게 하면 등교 시간을 적당히 때우고 등교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같이 몇 날 며칠 동안 통학 열차구간을 왔다갔다하고, 괜히 근처 남학교 남학생 힐끗힐끗 쳐다보며 그저 그런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평범함 속에서 이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관객들에게 알게 모르게 살며시 다가간다. 아.. 여기서 영화 제목에 대한 사족 한마디.. 영화에 전혀 관심이 없으신 분들 물론 이 글 읽지도 않으시겠지만, 영화 제목 <하나와 앨리스>는 처음 잠깐 얘기했던 두 여학생 ‘하나 (스즈킨 안 분)’와 ‘앨리스 (아오이 유우 분)’의 이름이다. 그 둘은 같은 중학교, 곧 같은 고등학교를 다닐 예정인 둘도 없는 단짝이다. 절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동화 속편이 아님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바이다. ^^;;
추운 겨울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된 그리고 주인공 ‘하나’가 중학교 막판 잠시나마 힐끗힐끗 쳐다보았던 그 남학생이 같은 학교 선배, 같은 동아리 (말만 동아리지 부원 딱 3명인 만담 동아리) 선배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 못한 일. 이는 곧 하늘이 점지해 주신 천우신조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깜찍한 스토커가 되기로 결심한 ‘하나’가 일을 만들면서(?), 영화는 사건이 만들어 지고.. 서서히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 잡아두기 시작한다.
아마도 관객들은 거짓말이 거짓말을 부른다는 옛 선조들의 말씀을 되새길 겨를도 없을 것이다. ‘하나’와 ‘앨리스’가 벌이는 이 깜찍한 스토킹 사건일지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필자도,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도 공범이 되고, 그 영화 속 상상을 현실에서 하게 될 것이다.
영화 <하나와 앨리스>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이 영화는 제작 기간이 1년 6개월이나 걸린 대작(?)이라는 것이다. 2003년 3월부터 일본 네슬레사의 KitKat 발매 30주년을 기념하는 상품 홍보를 위한 총 3장 4화의 단편 영화 시리즈로 출발했던 이 영화에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애초 기획 단계부터 극장용 장편 영화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단편시리즈 <하나와 앨리스>는 KitKat 모델로 활동 중인 ‘스즈키 안’이 맡은 ‘하나’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장편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두 소녀 ‘하나’와 ‘앨리스’에게 찾아온 사랑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우정이, 겨울의 끝자락으로부터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라는 계절의 변화와 발맞춰 섬세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전자의 CF 같은 스타일이 아닌 후자의 장편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제작 방식 때문일까.. 여기서 우리는 두 여배우들이 영화 속 이미지처럼 점점 성숙해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학교 때의 모습, 고등학교 때의 모습.. 그리고 엔딩으로 이어질 때까지 그녀들의 섬세한 변신은 계속된다. 또 하나 영화 속의 재미인 카메오 찾기의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도 개봉되어 큰 호응을 이끌었던 <비밀>의 여주인공 ‘히로스에 료코’의 모습도 보게 된다. 현재는 임신과 결혼 그리고 출산으로 잠시 연예계를 정리한 그녀이기에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관객들이 말하는 영화 흥행의 3박자는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 마지막으로 영화의 골격을 이루는 스토리, 즉 각본을 꼽는다. <하나와 앨리스>는 이 3박자를 갖추었다는 데, 필자는 망설임 없이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물론 조금은 개인적인 취향이 조금 들어간 것은 인정한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 때.. 직접 ‘이와이 슈운지’ 감독과 배우 ‘아오이 유우’를 보고, 개인적인 질문도 던졌다는 것이 조그마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까지도 네티즌들이 필자를 응원할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호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이 영화는 포스터만 보고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뭐니뭐니해도 ‘이와이 슈운지’ 영화의 큰 매력은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 내내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는 그 무엇인가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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