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프랑스판 [아이덴티티]라고 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만약 [아이덴티티]보다 이 영화를 먼저 봤다면 이 영화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늦게 보았기에 조금 충격이 덜했다. 프랑스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품성에만 매달려 있지 않은 작품이라 일반 영화 보는 사람들한테도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화는 다중인격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전재에 깔아두고 시작한다. "클로드" 라는 인물이 안에 3개 인물이 더 있다. 그 인물들은 서로간에 다중인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 각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A라는 인격이 어떤 일을 벌였는데, B라는 인격이 모르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가 한 일에 대해서 모르는데, 이런 "클로드" 를 브레닉이라는 박사가 담당을 맡게 되었다. 박사도 다중인격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점점 "클로드" 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가 동시에 여러가지로 진행되는 거 같아 혼잡을 주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면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중인격을 지닌 각 이미지가 서로 매우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각 캐릭터에 대한 구도가 확실했고, 동시 다발성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나중에는 다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재 자체가 정말 흥미로웠다. 솔직히 영화 내용을 모르고 갔기에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 다중인격이네 하면서 놀라기도 했고, 마지막의 반전 부분에서도 의심을 했었음에도 정확하게 맞히지는 못한 것이 조금 아쉽기만 하다. 나한테는 프랑스 영화는 작품성 넘치는 무거운 영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프랑스 코미디인 <비지터>나 <셧업>을 보면서도 계속 정서상의 차이가 느꼈을 뿐인데, 이런 스릴러를 만든다는 것에 놀랐다. 짜임새도 괜찮았고, 다중인격체들의 이름을 신화상의 인물들과 맞춰 흐름 전개에도 도움이 된 거 같다. <매트릭스>2,3편에 나온 프랑스 아저씨의 진지한 연기를 보고 있자니 웃을 법도 했지만, 관객들이 몰입을 했는지, 모르는지 몰라도 전혀 웃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분과 동시에 "클로드" 역할을 맡은 여자의 내면 연기도 좋았다. [아이덴티티]처럼 10명 정도의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게 아니고 혼자서 다 그 역할을 해야 했기에 배우의 연기가 받쳐줘야 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한다. 이걸 본 사람들이라면 이제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거부감은 다 없어졌으리라 생각된다. 헐리우드 영화가 아닌데도 오랜만에 제대로 스릴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배경만큼은 아직도 프랑스풍이 많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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