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대. 이제 당신에 대한 기억도 마음도 다 잊게 될 거야." "괜찮아, 다 나한테 맡겨. 내가 네 기억이고 네 마음이야." 수진과 철수의 말처럼 이영화는 잊혀져 가는 사람과 잊어가는 사람이 그려가는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 입니다..
기억과 싸우는 남자와 기억을 잃지 않으려는 여자의 이야기처럼 채우지 않아도 가득하고 모자란 듯해도 그 끝을 알수 없는것이 사랑이라는 말처럼 눈물이 진하고도 온전하게 전해져오는 무대처럼 이영화에서 '기억'은 중요한 단어이면서 사소한 소품과 설정까지 치밀하게 주제를 위해 짜맞춰져 있습니다... 편의점과 코카콜라,야바위 게임,수진의 얼굴을 새긴 나무조각상, 철수의 스킨 냄새 그리고 야구게임등에서 볼수있듯이 육체적인 죽음보다 정신적인 죽음이 먼저 찾아온다는 병인 '알츠하이머'…지켜볼 수밖에 없는 무서운 불치병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눈물과 함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의 전형을 답습하는 영화이면서도 가장 행복한 순간에 비누방울처럼 아름답다가 터지면서 없어지는 전혀 낡지않는 방식을 보여주는 이영화는.. 눈물범벅이 될것 같은 장면에서도 아름다운 영상과 말들로 감정조절을 리듬감있게 보여주지만 왠지 지나치게 매끄러운 편집으로 감정몰입에 방해가되는 CF 한편을 볼정도로 간접광고가 좀 많은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 영화 한편이었습니다.. 영화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장면에 나오는 LG계열의 브랜드 그리고 옛 남자와의 재회장면과 다소 급작스럽고 억지스러운 수진이 변해가는 후반부의 모습에서 알수있듯이 <내 머리속의 지우개>에서도 지금까지 본 멜로영화처럼 리얼리티 부족에 한계가 엿보인다는 점이 아쉽네요....
"갑자기 기억이 떠올라 편지를 써요..기억이 남아있는 이짧은 시간동안에 어떻게 내마음을 전할수 있을까요.. 저는 당신만을 사랑해요.. 내 기억이 모두 사라져 영혼마저 사라지더라도 내가슴만은 마지막까지 당신을 기억할꺼에요?"라는 아름다운말과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꾸며진 철수와 수진의 집 그리고 가슴을 찡하게 만들어주는 음악들이 영화 보는내내 즐거움과 함께 얼굴에 미소를 채워주는 슬프지만 기분 좋은 멜로영화...
데뷔작인 "더커트 런스 디프"로 감각적인 영상을 선 보였던 이재한 감독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오랫동안 울음이 메아리 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기억을 모티브로 영원한 사랑의 모습을 풀어가는 이 영화 가을 날씨에 따스한 눈물을 느끼게 해 줄것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보시고 판단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