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을 보고 있으면, 출연하지도 않은 장국영이 꼭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양조위를 보면서, 내내 양조위의 얼굴 위로 장국영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왕가위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고, 그리고 왕가위 영화를 보며 열광한 우리의 젊은 시절이 <2046>에 모두 담겨 있기에... 왕가위의 전작에서 연기하던 장국영이 오버랩 되는 것은 아닌지...
<해피투게더>에서 장국영을 노심초사 기다리던 둥지였고, <화양영화>에서 장만옥의 손을 잡기도 어려웠던 수줍은 남자였던 양조위가 나쁜 남자, 장국영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착한 남자, 양조위 만은 상처받은 영혼을 쉬게 해주는 굳건히 둥지가 되어주고 쉽터가 되어주기 바랐는데, 느끼한 바람둥이, 자신의 상처를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왕가위 감독에게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나의 양조위 님을 저렇게 만들다니... 하면서...
그러나 영화를 계속 보다보니,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던 양조위의 얼굴 위로, <아비정전><해피투게더>의 발 없는 새 장국영이 떠올랐다.
사랑의 상처, 불확실한 삶, 보장받을 수 없는 미래... 그러한 괴로움와 고통들로 인해... 말없는 둥지였던 양조위도 결국... 발 없는 새가 된 것이다... 왕가위 영화에서 부유하던 장국영의 캐릭터들처럼...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난 꼭 장국영의 모습을 보고 나온 듯 하다. 이제는 없는 그가 너무 그립다.
지금, 곧장, 해피 투게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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