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작품에 대한 비평을 쓰는 일이 어색한 경우가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작품에 대한 누가 될까봐 펜 들기를 꺼려하는 것이다.
<슈퍼스타 감사용>
이 영화가 바로 그런 범주에 든다.
영화는 끊임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群像을 담아낸다. 매우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평범한 철공소에 다니는 주인공, 택시기사로 취직한 형, 줄넘기가 취미인 여동생, 시장에서 건어물상을 하는 어머니. 주인공의 애인인 매표소 아가씨. 배우 데뷔가 꿈인 직장 여자 동료. 어느 하나, 소위 주류나 상위층과는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신데렐라가 탄생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침잠의 연속.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
이 영화의 장점은 그다지 클라이맥스라는 것을 만들지 않고서 두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평범한 한 직장인의 야구인생을 잔잔히 조명해 냈다는 것이다. 그 흔한 명배우도 없다. 쥔공 역할인 이범수도 무명 시절 오래 겪었다고 한다. 크게 소품, 비용 든 것도 아니다. 시나리오? 아주아주아주 밋밋하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무명배우 컬렉션이고 무미건조한 시나리오 의 영화가 날 울렸다. 아니, 관객들 모두를 울렸다. 알 수 없는 감동으로.
필연이라고나 할까. 인생사의 단면을 제대로 포착해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담겨있다. 그저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일생. 별다른 과장도 큰 변화도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가고 마는. 이 영화의 위대함은 브룩하이머식의 화려한 액션도, 스필버그식의 간절한 휴머니즘도 아닌 다른데 있는 것이다. 요컨대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삶"
을 있는 그대로 표현함으로써.
리얼리즘의 승리. 발자크가 얻었다는 이 영광스런 칭호는 <슈퍼스타 감사용>에 다시 붙여도 죽은 엥겔스가 과히 섭섭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