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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우]<눈물>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눈물
killdr 2001-01-07 오전 12:06:55 1278   [7]
  이들에게는 돈도 없고, 생활을 위해서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자는 삐끼, 여자는 술집접대부 뿐이다.
  창은, 돈을 가지면 술집에서 여자들을 불러놓고 '섹스파티'를 벌린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로 여자들의 옷을 벗기기도 하고. 갈곳이 없어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와 동거를 하지만, 그 여자의 방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기도 한다. 란은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해서 술집에서 웃음을 판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그냥' 동거하고 임신하면 그냥 가서 떼어버리면 그만이다. 새리. 근친강간을 당해 섹스를 피하고 싶지만, 역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술집접대부뿐이다. 한. 부모가 관심없다고 가출했다. 그냥 밑바닥 인생을 사는 그들의 모습이 좋아보여서 그들처럼 되려는 것일까?

  그렇게 그들은 삶을 낭비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들도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원조교제 현장을 덮쳐 목돈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실패하고 돌아오면서, 자기들끼리 주먹질을 하면서 '좇같아'라고 외치고 가는 순진한 한의 쓰러진 뒷모습 너머로 던지는 '내가 더 좇같아'라고 말하는 창의 말처럼, 그들의 삶은 정말 '좇같은' 것들 뿐이다.
무전취식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가려고 하지만, 오토바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배부르게 먹은것을 다 토해낼때까지 뒤어서 도망쳐야 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들 말처럼, 정말 '밥먹고 살기 힘든 것'이다.
 
 머리를 물들이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면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쓰레기"같은 밑바닥의 인생을 살아가는 남녀 네사람이 바다를 보기 위해 떠난다. 그들이 여행에서 돌아와 얻은 것은? 삶에 대한 열정? 좀더 좋은 삶에로의 노력에 대한 결심? 아니다. 그들이 여행에서 얻은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이 타고 떠났던 오토바이 두대를 모두 잃었을 뿐이다. 굳이 얻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그동안 '사랑'없이 이루어졌던 섹스에 어설픈 '사랑'이라는 감정이 동반되었다는 것정도랄까?

 그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배운거 없고, 할줄 아는거 없는 밑바닥의 인생들이 여행한번 다녀와서 잘먹고 잘살수 있다면, 아마 이세상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억지스런 해피엔딩이 아닌, 언제까지나 그들의 삶이 그 상태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그 냉혹한 현실을 너무 비관스럽거나 어렵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몇년의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내고 나온 한이 찾은 '사랑하는 새리'는 그녀를 노리는 술집 매니저의 여자가 되어있고. 창을 좋아했던 란도 그 몇년의 세월속에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한은 '새리'를 억압하는 술집 매니저의 얼굴에 불을 붙이고 새리에게서 타는 법을 배운 '폼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그들이 달렸던 길을 달린다.
 그들의 삶은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일 것이다. 그들의 삶은 그렇게 계속될테니까.

 그렇게? 창,한,란,새리? 이름이 무슨 소용이람? 그들은 그저 "밑바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으로 족하다. 그런 그들에게 그렇게 멋들어진 외자 혹은 외국 여자같은 이름이라니.
 
이것이 영화 눈물(Tears)이다. 2000년 제작되어 2001년 베를린 영화제 공식 초청받은 젊은 영화의 기대작이다.
'반칙왕'의 성공을 거둔 임상수 감독의 새로운 도전으로,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맨발의 청춘', '비트', '태양은 없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이어지는 한국 청춘, 혹은 젊은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비트에서의 젊음의 열정,우정.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의 그 냉정한 현실. 태양은 없다에서의 좌절하는 젊음. 그 세가지 젊은 영화가 가지는 매력을 모두 갖추면서도 그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간 영화. 이렇게 이 영화를 표현하고 싶다. 세상물정 모르고 멋있게 봤던 비트, 충격적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 영화는 그 두 영화를 포용하면서 또한 두 영화를 파괴하는 형식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충격적이고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지만 가슴이 아픈, 혀를 차면서도 공감하는 그런 영화.
  본드를 흡입하고 가스를 마시는, 그런 삶을 살다 교도소에 몇번 왔다갔다 하는 남자, 몇번의 낙태수술을 하면서 술집 접대부 혹은 원조교제를 하는 여자들의 몇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게될까? 그 냉혹한 현실을 이 영화는 그다지 냉혹하지 않게, 웃음을 섞어가고, 계속 이어지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이끌어갔다.

신인 연기자들의 약간은 어색함이 보이는 연기를 흠잡을 수 있을것 같지만, 그들의 연기도 그렇게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화면도 봐줄만했고, 성과 관련된 부분의 처리도 자연스러웠다. 몇가지 디테일한 부분의 거슬림도 그렇게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의 베를린 영화제 공식 초청작의 수준에 걸맞는 영화다. 이야기의 탄탄함과 걱정스러웠던 결말처리, 그들의 삶을, 희망적이 아닌, 냉정한 현실의 관점에서 놓치지 않고 일관되게 이끌어간점. 그리고 그 이야기 전개에 맞는 적당히 거친 화면과 적당히 반항적인 음악, 그리고 적절한 배우들의 캐릭터. 이 영화는 이런 여러가지 장점을 모두 갖추면서, 그에 반해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새천년의 시작을 이런 좋은 한국 영화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총 0명 참여)
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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