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난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A girl with pearl earring>은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이었다. 자칫하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이름조차 모를 뻔 했던 17세기의 먼 나라 화가를 나와 이어준 것은 4세기 지난 후 새롭게 태어난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는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그림이 정확히 무슨 사조에 속하는 그림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하나의 그림을 연결해 놓은 듯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트와 베르메르와의 사랑은 그러한 영상속에서 점차 진한 빛을 내기 시작한다. 거부하려 하지만 순간순간의 유혹을 넘기며 그들은 그들의 사랑을 안타까워 한다. 손을 움켜지게 만드는 눈가를 흥건하게 적시는 장면 없이도 영화는 충분히 슬픔, 이별 그리고 사랑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극적인 삶 속에서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헤어짐을 약속한 연인와 함께 떠난 봄소풍 같은 영화이다.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두터운 눈과 얼음을 깨고 만개한 이름 모를 꽃과 풀 속에서 그들은 잠시의 행복을 만끽한다. 그 잠시의 행복이 연인에게 평생의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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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 Girl with a Pearl Earring)
배급사 : (주)영화사 진진
수입사 : (주)영화사 진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