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피적 감상에 몰두하여)
난 식스센스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현란하고 잔인한 시선의 자극에 무덤덤해진 대부분의 관객들이 샤말란이 선사하는 반전이라는 심리적 엑스터시를 맛보기 위해 큰기대를 안고 극장문을 열고 들어가게될 거라는 예측에서 내자신은 배제할 수 있었다.
단지, 나또한 심리적 기대수준의 정상치가 어디인지 몰라 조금의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영화와 마주 앉게 되었다.
공포영화...그래 공포영화다..되뇌이며 곳곳에 숨겨둔 암시와 복선들을 찾아가며, 영화는 그렇게 종반으로 치달을
즈음, 너무나 선명하게 구도의 맥을 짚어줌으로써 긴장의 맥을 빠지게 하는 건, 반전보다 큰 부정(父情 )의 자리매김이라 하겠다.
영화가 후련하지 못한 뒤끝을 남기며 끝나자, 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적 감상주의에 빠지며)
난 왜 여기에 있는가?
여기에 있는 건 나를 있게 한 자의 뜻일테고, 여기를 떠나고자 함은 다시 돌아오고자 함이다.
그런데 만일, 나를 있게 한 자의 뜻은 거짓이었고 내회귀본능은 그로인해 조장된 것이었다면
난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
"악으로 가득찬 세상에 내가 너희에게 구원의 땅을 주었노라..다만, 너희가 금단의 열매를 먹지 말라함은 너희안에
악이 있음을 시험하는 것일 뿐이니라.."
나또한 금단의 숲에 발을 들여 놓을 용기가 없음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있어 진정 두려움의 대상은 금단의 숲이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신인 것이다.
그러나, 샤말란은 약하디 약한 시각장애아에게 사랑이라는 용기를 불어 넣어 오히려 신을 시험하려 했다.
신은 없었다. 애초부터 없었다.
그고통스런 비밀은 나와 샤말란만이 나누는 금단의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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