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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특급? No...... 빌리지
kysom 2004-09-26 오후 12:56:26 2032   [9]

1. 내가 기억하는 한 <빌리지>는 그의 네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역시 한국에서 개봉하는 그의 네번째 작품이다. 단지 4편의 영화로 매번 개봉할 때마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열광과 격론을 불러일으킨 감독이 요즈음 있었는가? 솔직히 떠오르지 않는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그 시원은 <Sixth sense>이다.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 반전으로 인해 그는 유명해졌고, 그의 다음 영화도 그 다음 영화도 모두 그 연장선 상에서 관심과 흥미를 가졌고 그 연장선상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평가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호/혹평이 갈렸다. <Sixth sense>가 나온지 5년여의 세월이 흘렀고, 그 아역배우는 이제 10대 후반이 되어 우리의 기억속에서 가물거리는데 M. Night Shyamalan은 아직도 <Sixth sense>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 <빌리지>는 그 편견과 구속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고자 만든 작품인 것 같았다.

 

2. <빌리지>는 우선 그 출연자의 면면이 참으로 화려하다. 어쩌면 샤말란 감독이 "이런 영화가 있는데 출연해 주겠느냐?"라고 했을 때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다 <Yes>라고 했을 것같은 이미지가 떠오를 정도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정말로 그렇게 <노아 퍼쉬>의 역이 하고 싶었을 것이며, <시고니 위버>가 그렇게 단지 마을 원로에 불과한, <루시어스 헌트>(호아킨 피닉스)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싶었을 것인가? 이들은 샤말란의 영화이기 때문에 출연을 수락했을 것이고, 영화 전개상 대단히 많이 나오는 극중 인물중 하나를 묵묵히 연기했을 뿐인 것이다. 지금 이것이 샤말란의 힘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단히 화려한 출연진이 그리 빛나지 않는 인물들을 맡아 열연했을 때 이 영화의 성격이 규정된다.

 

3. 이 영화는 <Sixth sense>와 같은 공포/쓰릴러적 성격에서 어느 정도는 탈각된 영화라고 규정하고 싶다. 물론 영화가 기본적으로 배경으로 삼고 있는 공포적 분위기 내지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무엇인가가 없다는 것이 아니며, 분명히 존재함에도 애초에 목표하고 있는 종결적 반전/파국이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Sixth sense>는 한 인물에게 반복해서 발생하는 공포적 상황을 해소하고자 하는 데 초점이 가 있었으나, <빌리지>는 일반 드라마에서와 같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적 상황의 해소에 초점이 가 있다. 여기서 괴물/공포니 하는 것은 이 갈등의 반전과 해소에 있어서 주변의 장치일 뿐이지 자기가 주동자가 아니다. <Signs>를 보더라도 한 가족에게 닥치는 공포적 상황과 일련의 사건들은 주인공이 기존에 겪었던 좌절의 순간을 극복하게 해주는 매개임에도 역시 공포적 소재/장치가 주도하는 해소이지 주변의 장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서 샤말란은 기존의 자기 작품의 이종 배합적 영화를 만들어 내면서도 이의 주/객을 뒤집어 <빌리지>를 실질적으로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모호한 영화로 변색시킨다.

 

4. 그러면 그의 변신의 노력은 실패했는가? 잠정적으로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에 이번에 그가 또 <Sixth sense>와 같이 반전이 목적이 되버리는(한마디로 대중영합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크나큰 실패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빌리지>가 그런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공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빌리지>는 기존의 그의 영화와는 다르게 거시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대부분 한개인 또는 한가족이 겪는 고통과 갈등/공포의 해소적 결말이 아닌 특정 목적하에 모여있는 하나의 집단이 그 순수성이 도전받고 위기를 겪지만, 그것이 다시 봉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적 전개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매끈하며, 후반부의 극적 반전을 위한 복선을 장치하고 보여주지만 그것은 수수께끼가 아니고, 큰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하는 그냥 해설적 장치로서만 기능한다. 그렇기에 뭔가 기대했던 관중들은 후반부에서 맥이 빠진다고들 하지. 그렇지만 초반의 주민 식사장면에서 괴물의 수수께끼의 울음소리를 듣고,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왜 웃는지, <윌리엄 하트>가 <호아킨 피닉스>의 마을 경계선 침범의 고백을 접했을 때 그를 쳐다보며 왜 미소짓는지, 그리고 <아이비>가 왜 그 험한 임무를 자임하게 되는지, 그 하나하나가 아귀가 들어맞게 상당히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전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장치로서 배치되있지 않기때문에 후반부는 관중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너무나 극적 흐름속에 그냥 맡겨져 있다. 즉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다 알고 다 맞췄다구요? 누가 그러지 말라고 그랬나요? 그래 영화는 어땠나요? 재미있었나요?"라고.....

 

5. 이 영화에서 처음 보는 한 얼굴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아이비>역은 단연 발군이었다. 그녀가 장님 연기를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배역적 소임/역할과 그녀 자신의 개인적 연기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까? 그녀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없고, 그 반전의 장치도 없으며, 이 드라마가 담지하고 있는 메시지도 또한 없다. 이 영화는 그녀에게서 시작하지 않지만 그녀에게서 끝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M. Night Shyamalan>이 표현하고자 하는 드라마의 절반이다. 그녀는 이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거나 극적 파국을 이끌어내는 어떠한 말도 하지않지만, 몸으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6. 이제 다시 이 영화의 극적 결말로 가보자. 이 마을 주민들 특히 원로들이 의도했던 하나의 세계, 그것은 그들에게 꿈이자 지금의 현실이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외부와의 단절과 이 단절을 이루기 위한 공포적 장치였다. 이것이 실제로 그들이 이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주요한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것을 빌리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는 아이러니를 낳았다. 누가 이야기했던가? <카인>이 <아벨>을 죽인 그 범죄의 역사적 배경에는 사유재산의 출현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 영화는 보여준다. 범죄는 물질적 동기에서도 일어나지만, 갖가지 소유(물질적/정신적)관계속에 있는 인간에 대해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이 영화속의 이상사회는 그것을 실제로 해결할 힘이 없음을.....

 

7. <빌리지>는 샤말란 감독에게는 하나의 분수령이다. 이제 관람객들은 계속 같은 밥을 먹을 수 없고-그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 팔수도 없다. 유사한 극적 전개- 비현실적인 상황설정/가정에서 출발해서 실제로 그러함을 보여주고 이를 매개로 개인적/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에 더 이상 기대지 말고 전혀 다른 쟝르의 영화에 발을 디뎌야 한다. 지금 관람객들이 당신에게 기대하는 것은 영화의 극적 반전이 아니고 영화의 쟝르적 반전이다. 그래야 같이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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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2004, The Village)
제작사 : Touchstone Pictures / 배급사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 http://www.village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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