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난히도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작고 평범한 소재이지만 그 어떤 소재들보다 가슴에 와닿고 큰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소재일 것이다. 그래서 올해 선보인 몇편의 가족영화들도 비슷한듯 하지만 각기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로 관객들에게 때론 미소를, 때론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며 새삼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가슴 찡한 사랑과 정을 느끼도록 해주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가족을 소재로 원빈과 신하균이란 두 멋진 남자배우를 내세운 [우리형]이란 영화 역시 그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형제와 그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이다.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안권태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영화 [우리형]은 경상도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성격의 두 연년생 형제를 통해 형제애와 함께 가족애를 가슴 깊게 느끼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출연배우들이 선보이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와 경상도 특유의 지역색들은 가족영화라는 전형적이고 다소 진부할수 있는 소재를 맛깔스럽게 다루기도 한다. 영화 [우리형]은 소재나 배경 등 모두가 촌스럽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느낌들을 담고 있는 그런 영화이다.
제목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겠지만 [우리형]은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연년생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언청이이지만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공부도 잘하는 큰아들 성현, 잘생기고 싸움만 잘하는 항상 어머니의 골칫거리가 되는 작은아들 종현은 정말 너무도 다른 성격의 형제이다. 영화 [우리형]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봄직한 그런 모습의 가족과 형제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조용하게 와닿는다. 특히, [우리형]은 시작장면이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막내아들 종현의 나래이션으로 소개되는 두 형제의 어린시절과 어머니의 낡은 흑백사진 등은 어린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며 시작과 함께 가족영화가 전해주는 따뜻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안권태 감독이 그려내는 평범하지만 개성 강한 인물들의 모습 역시 그러한 느낌들을 더해준다.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남편을 잃고 일수놀이를 하며 남들의 손각락질까지 받으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고, 유일한 희망이 되주기도 하는 형제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게 되는 영화 속 작위적인 모습보다는 더욱 공감이 가고, 평범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와닿을 것이다. 이렇듯 영화 [우리형]은 지역적 배경과 사투리가 주는 푸근함과 향수어림,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의 이야기와 인물들로 전해지는 가족의 정과 사랑이 가슴 깊숙이 와닿는 영화이다.
특히, 영화 [우리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자 놓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지역적 특색을 그대로 살린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이다. 흔히 경상도 사투리하면 떠오르는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라는 안권태 감독의 경력이 말해주듯이 [우리형]에서 보여주는 사투리를 통한 이야기들은 사투리만이 줄 수 있는 푸근함과 맛깔스러움을 주는 동시에 캐릭터와 스토리가 더욱 인간적으로 와닿도록 해주는 요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주로 코미디 영화의 소재가 되곤하는 사투리는 영화 [우리형]에서 전해주는 가족애를 위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고 아들을 무시하는 사람앞에서 절대 굽히지 않고 내뱉던 어머니의 한마디나 가족간에 오가던 대화들은 사투리 대사들이 줄 수 있는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종현과 미령이 주고받던 러브레터나 시를 통한 엉뚱한 웃음과 비속어와 욕설이 뒤섞여 있지만 코믹한 대사로써 웃음을 주는 사투리 대사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더불어 영화 [우리형]이 자칫하면 가질 수 있는 무미건조함과 진부함을 덜어주는 것이다. 많은 가족영화들 속에서도 신선하고 개성있게 와닿도록 해주는 영화의 배경과 사투리는 [우리형]의 가장 큰 매력이자 볼거리이다.
경상도 라는 지역적 특색을 잘 살린 캐릭터와 대사, 평범하고 가깝게 와닿는 이야기들로 가족영화를 통한 잔잔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우리형]은 아쉽게도 후반으로 갈수록 그 미덕을 잃어버리게 된다. 가족의 위기와 종현의 방황과 엇나감 등 갑작스럽게 전환되는 상황과 분위기는 시종일관 보여주던 밝고 조용한 가족애를 온데간데 없이 흐트러뜨리며 관객들로 하여금 당황스러움과 조금의 실망감까지 안겨준다. 더욱이 중반까지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전개를 잃어버린 작위적인 설정들은 그 아쉬움을 더해주기만 한다. 평범함과 잔잔함이 돋보였던 영화는 어느새 지나치게 폭력적인 화면들과 드라마틱한 감동을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로 하여금 그 분위기와 색깔을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곳곳에 보여지는 곽경택 감독 스타일의 장면연출이나 특색들도 [우리형]이란 가족적인 느낌의 영화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시종일관 보여주던 안권태 감독의 부드러운 연출과 푸근하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놓쳐버리고 지나치게 극적인 감동만을 요구한 후반부는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우리형]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배우들의 연기이다. 이미 많은 인기를 얻고있는 원빈의 이름만으로도 많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이기에 영화 [우리형]에서 보여주는 원빈의 연기는 특히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가지게 해준다. 아마도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원빈의 사투리 나래이션을 통해서 관객들은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어렵다는 사투리 연기를 실감나게 해내는 원빈의 모습은 새삼 색다르게 느껴진다. 항상 무뚝뚝하고 귀공자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던 기존의 캐릭터와는 달리 빡빡 깎은 머리와 껄렁거리는 말투, 그리고 비속어가 뒤섞이고 거친 사투리는 원빈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전달해 준다. 그리고 전작들에서 다소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 모습과는 달리 [우리형]에서 인상 강한 종현이란 캐릭터를 연기한 원빈은 한층 더 무르익은 연기로 극중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해준다. 신하균, 김해숙 등 쟁쟁한 선배연기자들과 조화되면서도 단연 눈에 띄는 원빈의 캐릭터와 연기는 영화 [우리형]에서 왜 원빈에 조목하게 만드는지를 말해줄 것이다.
또한 얼굴에 특수분장까지 하면서 시종일관 조용하고 해맑은 큰 아들 상현을 연기한 신하균 역시 신하균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소와 해맑은 표정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전달해준다. 거칠고 껄렁거리는 종현과는 달리 집안의 장남으로 항상 묵묵하게 동생과 어머니를 지켜보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평보다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매사를 밝게 생각하는 상현이란 캐릭터는 제목인 [우리형]에서 풍기는 "형"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앞서말한 원빈이 거칠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들의 사투리를 보여주었다면 신하균은 상반되는 극중 캐릭터의 성격처럼 어눌하지만 다정한 느낌의 사투리를 보여주며 두 형제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기도 한다. 원빈과 신하균이란 멋진 배우들과 더불어 역시나 영화의 힘을 실어주는 김해숙의 연기는 단연 눈에 띈다. 언제나 두 아들을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김해숙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인해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나 영화 속에서 큰 감동을 주는 어머니의 모습이 김해숙의 연기와 사투리로써 더욱 가슴 깊게 와닿도록 해준다. 뿐만아니라 [똥개]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정호빈은 이번 영화에서도 맛깔스럽고 코믹한 사투리 연기와 캐릭터로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부모와 자식, 형제, 자매 등 매번 영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가족은 영화마다 별반 다를것 없는 스토리와 메세지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나 관객들은 그 영화 속 메세지와 가족애에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을 받게 된다. 그것이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매력이며, 그래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가족영화가 많았던 올해에 느즈막히 소개되는 [우리형] 역시 그러한 가족영화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형]은 그 트렌드를 조금은 특별하게 버무린 그런 영화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가족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한 일상적인 재미와 원빈을 비롯 신하균, 김해숙 등이 보여주는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로써 더욱 가슴 와닿는 감동을 전달하는 흐뭇한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 [우리형]은 때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때런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눈물나고, 가슴 찡한 그 이름 "가족"을 가슴 한 구석에 다시 새겨보도록 하는 그런 영화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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