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행기를 타고 잠깐 외국에 여행을 가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 나의 여권이 쓸모없게 되어버렸다면? 결국 외국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렸다면? 이런 황당한 입장에 처한 사람이 영화 '터미널'속에 등장한다. 바로 '터미널'의 주인공 '나보스키'가 그러한 것이다.
나보스키의 고국은 크라코지아. 나보스키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하는 동안 크라코지아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나보스키의 여권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나보스키는 미국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크라코지아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다. 결국 미국 공항측은 나보스키를 공항에 방치해 두기로 결정한다. 여기서부터 나보스키의 '공항에서 9개월 동안 버티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보스키가 공항에서 9개월 동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터미널'이다.
나보스키는 공항 외에는 어디에도 갈 수가 없었다. 공항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해야 하는것이다. 결국 그는 공항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아멜리아라는 승무원을 만나 깊은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하루를 생활한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공항에서 생활한지 9개월 만에 고국의 쿠데타는 끝이난다. 그의 여권은 다시 효력을 발휘하게 되고, 마침내 그는 미국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땅에 발을 내딛는데......
영화 '터미널'. 2시간 10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속에 절정이 없다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게 진행됨에 있어 점차 고조되는 단계를 지나 절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영화를 기억 속에 특별하게 각인시킬 무언가를 말이다. 그러나 '터미널'에서 그러한 절정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미널'을 본다면, 그 속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터미널'속에는 꾸며내지 않은 인간미 그 자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보스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튀는 것이 없어도 나보스키의 모습 그 자체가 보는 이를 기분좋게 만든다. 톰 행크스의 노련한 연기가 억지로 자아내는 웃음이 아닌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보스키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에는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적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터미널'을 보고 싶다면, 그냥 마음 편하게 극장 안에 들어가 보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편하게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랜다는 기분으로 말이다. '터미널'에서의 잔잔한 감동은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잠시 동안의 휴식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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