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찰나보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버린 느낌이 더욱 값지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반전이라는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린 공포 영화들이 전자라면 이야기 흐름의 굴곡이 없이 그저 물의 흐름마냥 보여주지만 마지막 순간 감정의 동요가 전신을 흐른 뒤 눈가의 작은 방울로 끝을 맺게 하는 영화들이 후자라 할 수 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은 이렇게 본다면 후자의 최우선에 선 영화라 할 수 있다.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 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의 결정적 장면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마지막 순간 <울컥>의 참맛을 알게 하는 영화이다. 어느새 모든 소시민의 페르소나가 되어 버린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이강재에서 오대수를 벗어내고 이현수로의 밑밑한 삶을 살아간다. 내내 겨울만 있을 듯 싶던 그의 삶에서도 꿏피는 봄은 찾아온다. 도계의 토악질을 뱉어내게 만들던 커피도 눈을 마주치기 조차 힘들었던 눈병도 어느 새 그에게 행복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오게 된다. 스스로의 행복을 거부했기에 행복할 수 없었던 현수에게 있어 도계의 삶은 고통이지만 행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빈자리가 유난히 많이 눈에 들어왔던 도계의 관악부 연주 모습은 현수에게 있어 꼭 꽉찬 100만이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주변으로 충분히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현수는 지휘자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첫사랑도, 친구도, 엄마도. 두계의 사람들도 모두 자신에게 고통의 근원이 아닌 행복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지극히 현실적인 눈으로 피식 한번 웃고 넘길 수 있겠지만 내 인생에서도 꽃피는 봄은 오겠지라는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한다. 어쩐지.. 한참을 지우지 못할 눈병과 커피향이 생긴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