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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제작자들이 뛰어난 영화들의 네임 벨류를 이어가기 위해 후속편을 제작합니다.
그 중 대부분이 전편보다 흥행에는 성공하지만 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편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일명 '속편의 법칙' 입니다. 다시
말해서 1편 보다 나은 속편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죠. 터미네이터 2 등의 예
외도 몇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1편의 충격을 후속편들이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매트릭스 2 의 경우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는 하지만, 1편이 보여
준 그 대단한 임팩트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스파이더맨 2 는 다행이도 속편의 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은 듯 합니다. 1편의 경우
역대 최고의 개봉 흥행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영화적 재미까지 그 흥행 성적과 일
치하는 것은 아니었죠.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영화화 된다는 그 기대감
이 흥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영화가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대박을 냈다
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흥행을 보장할 정도의 대
단한 영화는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이번 2편은 1편에 비해 훨씬 낫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유명한 영화 웹
진의 소감 게시판에 올려진 20자 평가를 봐도 '1편 보다 낫다'라는 의견이 상당히 많
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처절 모드에 들어간  우리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의 일상이 굉장히 현실적
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히어로라
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 세계관을 설정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외계에서 온 슈퍼맨이나 엄청난 재벌인 베트맨 같은 히어로에 비해서, 가난에 찌들은
슬럼프를 겪는 평범한 뉴욕 시민 히어로라는 설정은 상당히 재미있고, 공감대를 불러
일으킵니다.

  헐크처럼 무작정 심각하게 고뇌만 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과 자신의 평범한 소시민
으로써의 소망 사이에서 고민하는 히어로는 아무래도 '우리의 이웃' 분위기를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감독의 의도는 완벽한 성공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스파이더맨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역시 '적' 캐릭터죠. 스파
이더맨 보다 더 확실한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강력한 힘을 얻어 폭주하는  각 히어로
물의 적들은 주인공 히어로 만큼이나 중요하고 영화의 재미를 살리는 핵심 요소가 됩
니다. 그래서, 히어로물을 만들 때, 적을 유명 배우로 등장 시키는 경우가 꽤나 많죠.
(배트맨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짐 캐리, 데어 데블의 콜린 패럴/마이클 던컨 등등)

  1편은 윌리엄 데포라는 거물을 악당으로 등장시켰지만,  우스꽝스러운 복장 때문인
지, 아니면 지나친 오버 액션 때문이었는지 악당의 카리스마가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2편의 악당은 상당히 느낌이 좋습니다. 강력한 힘을 얻어 변질되는 과정
도 1편에 비해서 더 그럴듯하고, 화려합니다.  이런 액션 영화는 주요 장면에서 관객
의 눈을 즐겁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비단 전투 장면 뿐 아니라, 도시를 날아다니는 장면은 정말 압권으로 영화비 7천원
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화려하고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짜릿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확실히 기술의 발전에 경탄할 수 밖에 없네요.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쥬만지에서 봤던 그런 귀여움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단지, 토비 맥과이어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뭐, 이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 문제일 뿐이죠^^

  이블 데드를 만들었던 B 급 호러의 거장(?) 샘 레이미 감독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피터 잭슨과도 겨룰 수 있는 엄청난 흥행 감독이 됐군요. 확실히 액션 장면들의
연출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시원 시원하잖아요?

  토비 맥과이어는 정말 다양한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배역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
다. 약간 동안이면서 약해보이는, 우유부단해 보이는 그런 부족한 성격. 처절 모드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불쌍함을 보유한 그런 배우죠.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강한 눈빛
과 카리스마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스파이더맨의 흥행 성
공의 최대 공헌자는 토비 맥과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3편도 제작에 들어갔을 듯 싶습니다만, 토비 맥과이어가 단지 스파이더맨에
서 끝나지 말고, 다른 좋은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