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뽑으라면, 갈등이 많이 생긴다. 쉽사리 답하지 못할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기라성 같은 작품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않는가...
그러나 범위를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으로 좁힌다면 단연코 주저없이 슈렉 1편을 선택할 것이다. 재미와 감동도 그러려니와 무엇보다도 슈렉은 그 주제에 있어서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쇼킹한 반전과도 맞먹는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많이 알려져서 그렇지만, 슈렉이 처음 나왔던 당시, 피오나가 마법이 풀려야하는 그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 유머와 그 철학과 그 패러디와 그 플롯의 전개는 신선할 뿐 아니라 어린시절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던 나의 모습의 회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헐리웃은 영화 한편이 성공하면, 반드시(90%이상) 2편을 꿈꾼다. 마땅한 소재도 없으면서,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1편의 후광을 등에 업고, 2편을 만든다. 1편과 똑같은 구성, 비슷한 줄거리... 비판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 들이다. 그래도 관객은 오니까. 1편의 절반만 와도 성공이라고 전망하니까... 그렇게 후속작을 만든다. 근데, 나는 그리고 관객들은 알면서도 속는다. 재미없겠지 하면서도 본다. 어쩌면 제작자들은 관객의 이런 심리를 너무도 잘 알기에 스스로도 재미없을 거라고 말하면서도 2편, 3편을 만드는 지도 모르겠다.
슈렉은 2편이 안나올 줄 알았다. 보통의 옛날 이야기는 "그래서 공주는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고 끝나기 마련이다. 그 후에 이야기는 물어서도 안되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묻는 장면을 영화에서 본적이 있긴하다.) 피오나의 모습이야 좀 보기 안좋게 되었서도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났다. 그랬으면 됐지 무슨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있었다. 이야기가 또 있다. 그것도 허접하지 않는, 1편에 결코 뒤지지 않을만큼, 유머스럽고, 재미있으며, 감동적이고, 배울점 마저도 있다. 패러디 또한 심심치 않게 나온다. 대단한 내공이다. 이런 이야기 전개를 이끌고 간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유명 영화들의 2편들을 날잡아 묶음으로 감상해본다면 알 수 있으리라.
어떤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은 애니메이션이다. 역시 슈렉은 헐리웃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다. 솔직히 내용이야 한번보면 올드보이처럼 논쟁이 될만한 요소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보는 순간 자체에 의미가 있는 애니이며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데에서 이 영화를 강추하고 싶은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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