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힘입은 인터넷 소설들의 영화화가 결정되고, 그 첫 작품으로 [내사랑 싸가지]가 관객들의 평가를 받은 가운데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고 뒤늦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귀여니 원작의 [그 놈은 멋있었다]는 기대감 보다는 호기심 혹은 의구심이 더 클지도 모른다. 재미와 10대 위주의 흥미유발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이다 보니 스토리나 구성에 있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터넷 소설이라 하면 가지게 되는 편견들, 즉 황당하고 비현실적이면서 유치하고 어딘지 모르게 한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런 생각들이 영화로 각색된 모습마저 굳어진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소설에 있어서 대단한 인기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귀여니의 작품들이 영화화 되는 것에 대해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되고 호기심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놈은 멋있었다]는 캐스팅 하나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고, 귀여니의 또다른 작품 중 하나인 [늑대의 유혹]과 함께 제작이 결정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다른 두 작품에 대한 비교도 하나의 이슈가 되곤 했다. [그 놈은 멋있었다]라는 다소 건방진 제목부터 관객들을 자극하고, 귀여니,정다빈,송승헌 이라는 이름이 주는 호기심만으로 이 영화는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괜히 답글 하나 잘못 달았다가 상고 최고의 킹카 지은성의 표적이 되고 만 한예원은 하루하루를 지은성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다.그러던 중 지은성을 피하기 위해 뛰어 넘은 담벼락아래에서 지은성의 입술과 자신의 입술이 부벼지면서 둘의 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그 놈은 멋있었다]도 여느 인터넷 소설과 다름없이 공통된 특징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남자 주인공은 잘생기고, 잘사는 킹카면서 껄렁거리고 성격도 그리 좋지가 않다. 또한 여자주인공은 평범하고 보잘것 없으면서 항상 남자주인공에게 당하기만 하는 그런 캐릭터이다. 굳이 소설이나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주인공들의 캐릭터인 것이다. [그 놈은 멋있었다] 역시 그러한 공식을 조금도 어기지 않고 있지만 두 주인공을 꽤나 맛깔나고, 개성 강하게 보여 주고 있다. 10대위주의 인터넷 소설 속 주인공들이 비현실적이고 과장되기 그지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놈은 멋있었다]에서 보여지는 지은성과 한예원이란 캐릭터는 그 속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캐릭터로 그려지면서 영화의 재미를 더 해주는 것이다. 다소 뻔하고 유치한 스토리지만 개성있는 캐릭터 하나가 영화의 유일한 재미가 되어 주는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들의 볼거리를 최대한 활용한 영화가 바로 [그 놈은 멋있었다]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지은성과 한예원의 에피소드들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두 캐릭터 못지않게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주변 캐릭터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게 한다. 항상 우루루 몰려 다니며 잘난척만 일삼는 사천왕들의 캐릭터나 지은성을 짝사랑하는 효빈이의 오빠 김한성 등 조연급 캐릭터에 대해서는 다소 개성을 살리지 못함으로써 두 주인공만을 위한 그야말로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인물들이 되어버린것이 아쉽다.
앞서 선보인 [내사랑 싸가지]가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힘입은데 비해 관객들의 많은 비판과 혹평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인터넷 소설이 가지는 다듬어지지 않고 과장된 스토리와 비속어와 욕설이 대부분인 대사들 때문일 것이다.대부분 인터넷 용어로 씌여진 소설이기에 그것을 영화로 옮긴다해도 그런 특징들이 그대로 드러날 수 밖에 없기에 그것을 얼마나 흥미있고,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느냐가 이러한 종류의 영화들이 가지는 가장 큰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놈은 멋있었다]는 꽤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지은성과 한예원의 첫 만남부터 둘의 황당한 에피소드들은 시종일관 관객들의 폭소탄을 터지게 만들어 주며 꽤 다듬어진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나가준다. 다만 지나친 비속어와 욕설들로 가득찬 대사들, 영화의 곳곳에 등장하는 폭력적인 장면이나 극중 고등학생으로 설정된 캐릭터들의 지나치게 많은 음주장면 등은 오히려 영화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반감시키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그리고 [그 놈이 멋있었다]가 가지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점은 산만하게 얽혀진 이야기 구조와 밋밋하고 억지스럽게 마무리 짓는 후반부이다. 어떤 인터넷 소설 속 남자주인공이든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약점이나 어두운 과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놈은 멋있었다] 속 지은성의 과거는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설정으로 인터넷 소설들이 가지는 비현실성을 어김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지은성과 한예원, 김한성이 만드는 무미건조한 삼각관계, 김한성과 지은성의 관계에 얽힌 단순한 과거 등 후반으로 갈수록 억지스러워 지고, 단순하고 밋밋한 진행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루함마저 느끼도록 한다.
매번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 한다고 하면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캐스팅이 화제가 되곤 한다.[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차태현, [내사랑 싸가지]의 하지원과 김재원 등 워낙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기에 배우들에게 거는 기대와 함께 많은 궁금증을 낳게 한다. 그래서 귀여니의 [그 놈은 멋있었다] 역시 지은성과 한예원이란 캐릭터를 연기할 두 배우에 대해 많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송승헌과 정다빈이 캐스팅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도마대에 오른것도 사실일 것이다. 특히, 극중 고등학생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두 배우 역시 많은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놈은 멋있었다]는 송승헌과 정다빈의 능청스러운 연기로써 극중 캐릭터를 확실히 개성있게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상고 최고의 킹카로써 뭇 여학생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지은성을 연기한 송승헌은 기존의 딱딱하고 부드러운 멜로 이미지를 탈피하고 단순무식하지만 한예원에게만 일편단심 마음을 주고, 가끔 엉뚱한 행동과 말들로 코믹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는 고등학생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또한 이미 [옥탑방 고양이]를 통해 푼수 같으면서도 발랄한 이미지의 연기를 보여줬던 정다빈 역시 엉뚱하고 푼수같은 한예원이란 캐릭터로써 다시 한번 드라마에서 보여준 정다빈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해냈다. [그 놈은 멋있었다]는 이 두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로 영화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두 배우의 호흡이 두드러졌다. 뿐만아니라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카메오들 역시 영화의 또다른 재미를 준다.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해서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살인의 추억]의 "향숙이" 박노식과 원조 얼짱 박윤배,정준하,독특한 캐릭터로 맛깔스런 연기를 보여주는 김보연과 이진성 등 여러 카메오들의 등장은 [그 놈은 멋있었다]가 가지는 색다른 볼거리가 되어 준다.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매번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가지도록 해준다. 하지만 그것이 호기심에 그치고 말거나 혹은 인터넷 소설 보다 더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나 배우들 모두에게 부담이 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영화에 있어서만 유일한 소재가 되는 인터넷 소설들은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톡톡 튀는 신세대적 감각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영화의 흥미거리가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느 정도로 깔끔하고 감칠맛 나게 살리는가 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몫일 것이다.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그 놈은 멋있었다] 역시 앞서 말한 여러 호기심과 문제점들을 모두 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꽤나 맛깔스럽게 포장해낸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정다빈과 송승헌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여러 카메오들의 활약은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주며 자칫 어설프고 유치한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는 부분을 메꾸어 주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 되고, 제작 중이다. 매번 같은 말을 되풀이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매번 다른 모습과 나아진 모습의 영화를 기대해 보는것도 해볼만한 일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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