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사람이면 마지막에 해리 오스본이 3편에서 두번째 그린 고블린이 될 거라는 암시를 주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럼 3편에선 분명 해리 오스본이 원작만화대로 두번째 그린 고블린이 되서 스파이더 맨과 싸울 거다. 하지만 그게 3편의 주악당이 해리가 분한 그린 고블린이 될거라는 확실히 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해리가 분한 그린 고블린이 초반에 일시적으로 악당이었다가 진짜 주악당 베놈(2편 나오기 전 3편악당 1순위 후보)이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즉, 스파이더 맨과 그린 고블린이 초반에 싸우다가 뒤에 베놈이라는 놈이 나타나서 같이 맞선다. 뭐, 그런 식의 내용. (원작만화에서도 스파이더 맨이 무지 쎈 적에 대항하는 데 다른 악당과 손잡는 설정이 꽤 있는 걸로 안다.) 사실 그린 고블린으로 보여주는 볼거리(1편에서 이미 웬만큼 보여줌)나 해리 오스본이 보여줄 수 있는 악당으로서의 카리스마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제작진도 이 점에대해 분명 생각하고 있을 거라 본다. 그래서 난 3편의 진짜 악당은 해리가 아닌 스파이더 맨의 3대 악당 중 나머지 하나인 베놈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에 대해: 확실히 1편의 업버전이다. 볼거리, 컴퓨터 그래픽, 드라마, 코미디, 스토리가 분명 전편보다 더 강화됐다. 드라마에 대한 집중으로 좀 지룻한 감도 있었지만 액션씬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1편에선 2번 정도의 감탄사가 나왔는데 2편에선 서른 번이 넘는 감탄사가 나왔다. 스파이더 맨의 발전된 고공액션도 돋보이지만 닥터옥의 기계 촉수도 대단하다. 초반에 그 기계 촉수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그 섬세한 디자인에서부터 압도당했다. 닥터 옥은 개성에선 1편에서 현대인을 상징하던 그린 고블린보단 약하지만 (원래 원작만화에서 그린 고블린은 개성적인 악당, 닥터 옥은 전형적인 악당이다.) 그의 기계촉수는 살벌한 느낌을 전해주며 악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준다. 배우들 연기도 1편과 마찬가지로 좋다. 그리고 전철 안에서 사람들이 실신한 스파이더 맨의 얼굴을 보고 '아직 어린 청년이 잖아.', '내 아들보다 어려.'하고 얘기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나올 뻔 했었다. 어쨌든 내게 있어서 올해 지금까지 나온 헐리웃 블록버스터 4편(트로이, 투모로우, 슈렉 2) 중 가장 재밌고 가장 잘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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