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박창진 기자] '넘버3' '가문의 영광' '목포는 항구다' '두사부일체'….
오는 25일 개봉되는 손창민 정준호 주연의 '나두야 간다'는 너무나 '익숙해' 편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지만 영화적인 상상력의 표현보다는 베끼기, 아니면 적어도 흉내내기의 연속이란 혐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느낌은 관객들이 더 빨리 알아챈다. ID '디카프로'라는 영화팬은 '나두야 간다'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베끼기 작품은 이제 그만'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해도 너무 한다. 줄거리만 봐선 '목포는 항구다'와 너무 흡사하다. 같은 내용으로 누가 더 재미있게 만드나 내기해도 되겠다'고 지적했다.
'나두야 간다'는 우선 조직폭력배를 다뤘다는 점에서부터 진부하다. 한국 영화에서 조폭이 소재로 다뤄지기 시작한 게 언제인가. 1997년 한석규 주연의 '넘버3'가 대박을 터트리고 난 후 2001년 '조폭마누라'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전국 관객 530만 명을 동원하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전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지난 해 선보인 '조폭마누라2'는 쪽박을 찼다.
'조폭마누라2'의 감독은 바로 전해 '가문의 영광'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정흥순 감독. '과연 그가 '가문의 영광'을 만들었던 감독이냐'는 논란에 휩싸일 만큼 '창작 없는 답습'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나두야 간다'는 3류 소설가 정준호가 조폭 두목 손창민의 자서전을 쓰기로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우선 최근 한국 영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투 멘 투 톱(Two men Two top)'이란 점에서 익숙하고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조폭영화 '목포는 항구다'와 흡사하다. 특히 사고뭉치 형사 조재현이 차인표의 조직에 위장 잠입 후 승승장구 지위를 높여간다는 '목포는…'의 설정은 '나두야…'에서 동네 슈퍼마켓 주인에게도 얻어터지던 샌님 소설가 정준호의 넘버2 출세기로 고스란히 옮아왔다. 여기에다 정준호의 후배를 사랑하게 되는 손창민은 조재현의 상사인 검사를 사랑하게 되는 차인표의 감정선과도 너무나 닮아 있다.
'넘버3'의 막가파, '목포는 항구다'의 가오리파로 이어지는 3인조 양아치는 이 영화에서 3인조 고등학생 자해공갈단으로 바통을 잇는다. 서울 법대 출신 사위를 얻어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는 '가문의 영광'의 조폭 집안의 학력 콤플렉스는 자서전 하나는 남겨야 한다는 손창민의 허세로 옷을 갈아입었다. 손창민의 일기를 읽으며 정준호가 떠올리는 지나간 시절의 고교생활 장면에선 자연스레 '친구'가 연상된다.
며칠 전 만난 '나두야 간다'의 손창민과 정준호는 "이 어려운 시절에, 힘 없던 소시민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조폭 보스가 되고, 범법을 일삼던 조폭 보스가 선량한 소시민으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현실을 뛰어넘어 영화는 유쾌하게 '인생역전'의 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무리 유쾌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라도 여러 작품에서 온갖 모티브를 따와 모자이크처럼 짜맞춘 영화에 박수를 보낼 관객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