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볼 기회가 된다면 피하진 않지 만 굳이 쫓아다니면서 보는 편은 아니죠. 제 주변엔 유독 피 팍팍! 튀기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왜인지....--a? 어쨌든, 그런 저에게도 기다렸던 영화가 있으니 바로 [엑소시스트]입니다. 예전에 공포영화 끔찍이도 싫어하던 친구에게 코미디 영화라고 속 이고 빌렸다가 원한에 찬 노려봄을 당했어야 했던 즐거운(6^^;;;) 기억이 저의 뇌리를 스치는군요.
어쨌든, 이번에도 공포영화 엄청 좋아하는 동생을 한 명 데리고 [ 엑소시스트:디렉터즈 컷]을 보러갔습니다. 뭐 기대는 안할려고 마 음을 다 잡았지만, 예전에 봤던 설레임 같은 게 은근히 생기더라고 요. 마치 예전 그 아이가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해하며 초등학교 동 창회에 나가는 심정과 비슷하다고 하까요? 귀신 들린 아이의 대명 사인 리건을 오랜만에 보니까 바로 그런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기 분이었습니다. 요근래 디렉터즈 컷이 난무하는데 [엑소시스트]는 어떨지 궁금했거든요. 다 아는 영화를.. 그것도 공포영화. 어디서 뭐가 튀어나고 누가 죽는 걸 다 아는 상태에서 본다는 건 참 신선 한(6--;;;) 경험이었습니다. 내용이야 다들 알다시피 악령이 씐 리 건을 구하기 위한 두 신부의 살신성인입니다. 너무 많이들 아는 내 용이라서 줄거리 설명도 민망하네요...흐흐흐..
영화는 어땠냐고요? 글쎄요. 디렉터즈 컷답게 다르긴 다른데 디렉 터즈 컷이라기보다는 업그레이드 버전이란 말이 더 어울릴꺼 같습 니다. --;;; 확실히 조금 과감해지고 관점이 조금 확산된 거 같긴 한데, 디렉터즈 컷이라고 불릴만한 위치는 아니지 싶군요. 1973년 작품이니... 벌써 이게 몇 년 전 작품인가요. 우리나라 영화 겨우 5~6년만 흘러도 다시 보면 엄청 촌스러워 보이는데요. 그런 걸 감 안하고 보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겠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우리나라에 수입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었지만 지금 보면 솔직히 좀 우습잖아요. 1970년대에 이렇다할 공포영화도 없던 시 절에 내 아이, 내 어린 동생이 리건 같다면....이라는 생각을 하면 서 영화를 봤다면 그만한 공포가 없었겠죠.
보니까 왠지 조금 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리 건의 엄마 친구가 죽던 날 저녁에 벽이랑 문에 비치는 악마 형체 CG 이건 안 넣은 게 훨 나았을텐데..--;; 하지만 저에겐 유치하다 고 치부 받을 만한 영화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재작년 여름부터 극 장가를 휩쓰는 사방에 피만 튀기다가 끝나버리는 10대 슬래셔 영 화보다는 훨씬 더 공포영화다운 맛이 있었습니다. 그런 식의 슬래 셔 영화를 바라시는 분이라면 무척이나 실망하실 거예요. 뭐.... 사 람마다 취향이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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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ker119
감사해요.
2010-07-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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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디렉터스컷(1973, The Exorcist: The Version You've Never Seen)
제작사 : Warner Bro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