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게 펼쳐진 가을의 시베리아 벌판에..비가 흣날린다.. 마차를 몰고 울면서 달려 가는 여자...제인 그 여자를 멀리서 바라보며..눈물인지 빗물인지를 머금고 있는 톨스토이.. 그리고..또 한 사람이 달린다..드넓은 평원을..
<러브 오브 시베리아>의 마지막 장면이다.. 마지막 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영화를 보면 안다.. 이것까지 말해주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없어질테니..후후..
내가 영화를 좋하하는 이유는..좋은 영화 한편을 보고 나면.. 정말 잼있고 좋은 책 한 권..그리고 정말 감미롭고 감동적인 음반 한 장.. 그리고..영화를 함께 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좋은 추억과 얘기꺼리 등등.. 너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면 똑같은 감동을 나눌 수 있고.. 잼있는 영화를 보면 똑같은 즐거움을 나눌 수 있고.. 슬픈 영화를 보면 똑같은 눈물을 나눌 수 있고.. 무서운 영화를 보면 똑같은 공포를 맛볼 수 있고.
오늘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고 나서 나올 때의 느낌..
"아..이런 기분이야..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이 한마디로 오늘 영화의 평을 다할 수 있을 듯 하다..
160분의 장편... 그러나..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는 도입..전개..갈등..그리고 크라이막스..반전..결말의 완벽한 줄거리를 갖추고 있었고..
회상장면으로 시작해..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편집.. 그리고..중간 중간의 암시로 인해 끝까지 영화 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몇몇 장면들은 정말 잊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광경들을 보여준다..
러시아 축제의 절정..불꽃놀이.. 죄수 호송 열차가 떠나는 플랫폼에 힘차게 울려퍼지는 노래.. 멀리 새벽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 울려퍼지는 모짜르트 피아노곡..
이 모든 장면들이 하나의 앨범처럼 내 기억속에 담겨진다..
영화의 전반부는 개성 강한 등장인물의 재밌는 에피소드로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중반이후..갈등이 고조되어 갈 때부터는 빠르면서도 웅장한 음악으로 감정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특유의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별 넷의 추천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대형 스크린과 돌비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좋은 영화관에서 보면 그 감동이 더할 것이란 첨언을 남기고 싶다..
요즘은 계속 좋은 영화만 보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다..
아참..한가지..<러브 오브 시베리아>는 원제가 아니란 사실..후후..
이 영화의 원제는 <The Barber Of Siberia>이다..즉 <시베리아의 이발사> 이 제목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 의미를 영화를 보면서 풀어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일듯..
2000-9-20 (하이텔 내가보시에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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