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미래이고
내일 모레도 미래이다.
미래는 사람이 죽는 그날까지 항상 존재한다.
내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용하다는 점장이도 틀리기 마련이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하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거라고 기대한다.
내가 꿈꾸는 10년후는 이러이러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미래는 잡힐 듯 말듯한 환상이다.
이 영화에서는 다섯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여자는 목소리만 등장하는 문호(유지태)의 아내.
중국집에서 문호가 말한다.
지갑을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갔더니
아내가 자기 몰래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고.
그런데 화를 낼 수가 없었다고.
그냥 너도 사람이구나 싶었다고.
'현재'의 여자인 아내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니다.
손에 쥐어진 현재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탓에 '사람'일 뿐이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여자는 중국집 종업원이다.
서로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한번씩 작업에 들어간다.
문호는 일반인 가운데 누드 모델을 찾는다며
헌준은 일반인 가운데 영화배우를 찾는다며
작업을 건다.
결혼을 했건 안했건 간에
첫사랑을 가슴 한 켠에 간직했건 안 했건 간에
내 손에 쥐어지지 않은 새로운 여자는
남자에게 미래이다.
세번째 등장하는 여자는 보라색 스카프를 두른 행인이다.
중국집에서 나와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
창밖의 그녀를 바라보면서
문호와 헌준은 첫사랑의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창밖의 미래를 보면서 가슴 속 미래를 꿈꾼다.
네번째 등장하는 여자는 그들의 첫사랑, 선화.
헌준이 꿈꿔온 미래는
자기만을 바라보며 기다리겠다고 했던
다른 남자에게 강간당한 몸이 자신과의 섹스를 통해서 깨끗해질거라고 믿었던
순진무구한 미래였다.
그러나 그 미래를 만나는 순간 미래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에 상처받는다.
밤새 자고 있지 않았다고 화를 내며 뛰어가버리는 헌준.
자신이 자초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원망과 실망감으로 가득차 있다.
한편, 문호가 꿈꿔온 미래는 하룻밤의 섹스로 실현된셈이다.
실현된 미래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기에
문호는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때마침 등장한 제자들.
다섯 번째 여자는, 빨간 목도리의 여학생이다.
빌린 여학생의 빨간 목도리를 두르면서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미래가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방해 세력(?)의 등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내 걱정이 생긴다.
잘못 들어선 길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꿈을 꾸는
나만의 판타지.
그것이 남자에게 있어 '여자'의 의미라고
홍상수 감독은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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