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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에도 통할 '로맨스 그레이' -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2002년 말에 개봉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노년의 아름다운 부부의 사랑을 그려 당시에 화제가 되었다. 이전까지 멜로나 로맨스물에서 익히 보던 젊은 남녀가 주인공이 아니라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정사장면 등이 포함돼 그 때까지만 해도 다소 경직되었던 우리 사회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올해 개봉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 로맨스 영화 <고독이 몸부릴 칠 때>가 우리 영화계에서는 형식의 파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4일 발렌타인데이를 겨냥해 개봉한 약 10여 편의 로맨스, 코미디 영화 가운데 다가올 화이트데이까지 개봉관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달보다 한 달 연기된 프랑스 영화를 포함해 일부 블록버스터에 의해 점령당해 버린 국내 스크린 틈새로 로맨스, 액션, 코미디 등 이처럼 다양한 국적의 영화들이 특별한 날 우리 관객들을 찾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은빛 머리칼의 노배우들이 엮어내는 로맨스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감독 낸시마이어스)은 나이차를 뛰어넘는 연애와 함께 이젠 고령화로 접어든 한국사회에도 통할 '로맨스 그레이'에 관한 영화이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영화관을 찾을 노년층 관객들을 위한 영화에도 관심을 가질 때라는 생각이 든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가 젊은 남녀에게만 있으란 법이 있나. 극 중의 바람둥이 노신사 해리(잭 니콜슨 분)와 에리카(다이앤 키튼 분)의 말처럼 '책임질 일 없고 구차하지 않은 쿨(Cool)한 연애'를 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잭 니콜슨은 지난 해 개봉한 <성질죽이기><어바웃 슈미트>의 능글맞은 모습과 함께 나이 든 노신사의 연애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오랫만에 국내 관객을 찾은 다이앤 키튼은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 배우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과 지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둘 사이의 거리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좁혀지는 것이나 노신사 해리가 에리카의 딸 마린(아만다 피트 분)과 잠자리에서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등 해리와 에리카 사이의 벌어지는 위기 가운데 나타나는 조연들의 에피소드는 영화에 웃음과 강동을 더한다. 보통, 영화에서 주연배우로 만났던 키아누 리브스가 20년 차이의 에리카를 연모하는 의사로 분해 파격적인 변신을 하는 것도..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에 대해 영화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여자를 사귀려는 바람둥이 해리와 이제 이성을 사랑할 만한 열정이 없다고 느꼈던 극작가 에리카의 모습 속에 영화는 지금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에 대해 나즈막히 조명하고 있다.
전작 <왓 위민 원트>에서 애정에 관한 남녀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했던 감독의 연출력은 영화 속에서 완성한 극작가 에리카의 'A Woman to Love'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문단에 등단하는 소설가나 희곡 극작가들이 처녀작은 자신 주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다이앤 키튼이 맡은 에리카 역은 울고 웃는 연애 가운데 작품을 완성해 내는 자전적인 스토리로 매력을 더한다. 연애도 하고 잘 풀리지 않던 희곡도 쓸 수 있으니 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더욱이, 그녀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니 우리 영화계에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이러한 베테랑 연기자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 P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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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 Something's Gotta Give)
제작사 :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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