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리아> - 분명 김기덕 감독은 위대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영화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영화로 인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있었던 54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세계 3대 영화제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 이곳에서 아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라는 영화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로써 세계 3대 영화제로 알려져 있는 칸(취화선, 임권택 감독)과 베니스(오아시스, 이창동 감독), 그리고 베를린. 이 모든 영화제에서 당당히 코리언의 맹위를 떨치는 쾌거를 거두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차 오르는 벅찬 기운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며칠전이 문득 생각난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영화 <사마리아>가 드러나기도 전에 이런 소식을 접했으니 그야말로 그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법하다. 더욱이 나오는 영화마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리고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만들어왔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심도는 배가되었다. 시사회가 있던 날. 평소 같았으면 좌석에 여유가 있을만도 한데 이런 추세를 그대로 반영이라도 하듯, 자리 없이 서서 보는 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많은 기대와 부푼 관심 속에서 <사마리아>는 이렇게 닻을 올렸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은 오로지 하나였다. 베를린은 무엇을 보고 은곰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는지 직접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기덕 감독에겐 죄송하고 미안스런 말이지만 감독상으로서 영화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쁜 남자>나 <해안선>. 그리고 바로 전작인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보다 좋은 모습이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만의 사회를 보는 시선도 조금 무뎌졌고, 타협에 너무 중점을 둔 것 같은 느낌을 지워버리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조금은 충격적이고 과격한, 그리고 사회의 일반 상식과 벗어난 스타일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함은 아쉬움으로 메아리쳤다.
수많은 언론에서 드러났듯이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이다. 그리고 그 원조교제 속에 아버지의 시선을 보여준다. 원조교제를 바라보는 두 여주인공의 각각의 시선, 그리고 아버지가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이런 서로 다른 시선은 영화를 크게 3등분으로 구분 짓게 하고 있다.
처음은 재영의 시선이 가득하다. 고등학생인 여진(곽지민)과 재영(서민정). 이들은 방학 기간에 유럽으로 여행을 가기 위한 포부를 가지고 돈을 구하려 하고 있다. 돈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선택은 원조교제이다. 여진은 스케줄과 돈 관리를 하고, 재영이 직접적인 산업현장에 나선다. 재영은 수많은 어르신들과 섹스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갈구한다. 섹스를 통해 불교를 전파했다는 바수밀다에 자신을 비유하면서, 섹스를 불결하게 생각하는 여진에게 오히려 위로하며 다독인다. 적어도 재영에겐 원조교제는 불결한 행위거나,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하나의 즐거움을 찾는 방법처럼 느껴지도록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는 여진의 시선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재영이 한참 노동을 하고 있을 때, 때아닌 경찰로 인해 하늘나라로 승천한다. 그 사건은 여진에게 충격이고, 사고의 발상을 요구한다. 결국 여진은 재영이 노동을 했던, 노동의 댓가로 받았던 돈에 대한 목적을 상실한다. 그래서 여진은 재영과 관계를 맺었던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노동에 댓가를 다시 돌려주며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두 번째 시선이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여진의 시선으로 알려주려 했던 바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와 닿지 않았다. 재영에게 보내는 용서의 메시지와 구원의 뜻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직접 느끼면서, 관객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26살에 내 시선으론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었다.
세 번째는 아버지의 시선이다. 경찰인 아버지가 우연찮게 자신의 딸(여진)이 낯선 남자와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딸을 이해하는 과정. 김기덕 감독만의 독특함은 여기에 묻어난다. 쉽사리 딸을 다그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딸의 행방을 쫓으면서 같은 침대에 있었던 남자들을 응징한다. 딸이 전혀 모르게 말이다. 그리고 훈방에서 파괴로 점점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결국 아버지는 딸에게 어떠한 다그침 없이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길 요구한다. 그리고 세상에 덩그러니 딸을 홀로 남겨두고 사라진다. 새로운 결말이었고,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사마리아>는 원조교제를 다루기보단, 그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던져주는 영화이다. 원조교제가 어떻게 발생하고, 또한 그 행위의 옳고 그름. 그것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그 현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래서 섹스를 기대하고 본다거나, 아름다운 여성의 나체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다만 고등학생 없는 고등학생들, 경찰 없는 경찰들, 섹스 없는 섹스들이 난무하면서 엉성함이 많이 보였던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또한 과도한 목욕탕의 등장은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아무래도 눈엣가시였다.
분명 김기덕 감독은 대단하다. 정말 그의 영화들이 천의무봉과 같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영화 한편으로 인해 많은 논쟁거리를 만들어 내며, 끊임없이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사마리아>란 영화도 분명 그렇다. 이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을 만큼 정말 뛰어나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가 던져주는 수많은 것들에 감독상 이상의 점수를 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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