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틈바구니속에서 많은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외국영화보다는 한국영화를 관객들이 더 찾고 있다. '목포는 항구다'와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 이어 시사회로 본 '어깨동무'. 감동보다는 웃음을 주무기로 한 영화들이다. 세편 모두 코믹영화로써의 장단점이 분명한 영화들이다. '어깨동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세편을 비교, 대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목포는 항구다', 이 영화를 보면 목포에는 깡패와 유흥업소 밖에 없는 걸로 된다. 영화 마지막 자막을 보면 목포지역에서 상당히 많은 협찬을 받고, 감독도 2년 동안 목포에서 살다시피 했다는데 감독 눈에는 깡패와 유흥업소만 눈에 들어왔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영화 내용대로라면 비인간적인 검사와 무능력한 경찰에 인간적인 조폭 두목과 능력있는 깡패들이 대비된다.
단순하고 유치한 스토리에, 조잡한 편집이 눈에 거슬린다. 주된 웃음 코드는 패러디와 과장된 행동과 말 장난(사투리와 욕)이 전부이다. 넘버3의 불사파를 연상시키는 츄리닝 3인조 꼬봉들, 차인표의 영 어색한 사투리와 '해피에로 크리스마스'의 박영규보다 한발 더 나아가 차인표는 야외 대형 스크린에서 혼자 멜로물을 감상한다. 조재현과 차인표의 연기 변신외에는 관객들에게 유치한 억지 웃음만 유발하려고 무진장 애쓴 영화가 '목포는 항구다'이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오랜만에 시나리오가 굉장히 탄탄한, 아주 괜찮은 코믹멜로물이 등장했다. 김하늘의 능숙한 구라 연기와 억지 웃음을 위한 과장된 행동과 말 장난이 아닌 상황자체가 굉장히 유머러스한 장면들이 이 영화의 큰 재미다. 다른 코믹멜로물과 달리 영화 후반부에서 신파적인 슬픔과 감동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은 것도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이다.
용강이라는 지방의 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시골 서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따뜻하게 잘 그렸다. 많은 조연 인물들의 개성있는 캐릭터와 자연스러운 연기도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전과자인 영주의 인간적인 면이 오히려 거짓 애인 노릇을 하면서 희철의 집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 발현된다. 애인과 함께 서울로만 가려던 희철도 고향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동시에 진실된 사랑을 발견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영주와 희철이 사랑을 하게 되는 계기와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영주는 희철 본인보다는 그의 가족과 고향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끝까지 영주가 거짓 애인 행세를 하고, 그러한 영주의 구라와 행동이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스토리를 밀고 나갔으면 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 잘 만든 코믹멜로물이 바로 이 영화이다. '어깨동무', 유동근과 이문식의 연기는 그 이전에 출연했던 영화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TV 오락 프로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많이 주었던 이성진의 연기는 꽤 괜찮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코믹멜로물은 웃음 못지 않게 슬픈 감동이 있어야만 흥행이 될 것 같은 부담을 이 영화는 과감히 벗어던졌다. 스토리도 단순하고, 멜로와 감동, 슬픔도 별로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웃을 수 있는 영화이다.
검사인 형에게는 문제아 취급밖에 못 받는 골칫덩어리 동생(이성진 역)이 비디오 테잎을 찾기 위해 자신을 협박하는 가짜 형사 건달(유동근 역)과 지내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된다. 술집여자 출신인 비디오 가게 여주인(조미령 역)은 건달(유동근 역)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러한 내용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더 신나게 웃기기 위한 하나의 여과 장치에 불과하다.
비디오 테잎 하나 때문에 일어나는 조폭, 건달과 형사, 검사간의 에피소드를 아주 코믹한 장면들로 채워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웃음을 제공하는 이 영화는 '목포는 항구다'보다는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웃음을 주지만, '그녀에게 속지 마세요'와 같은 유머러스한 상황에 의한 웃음과 감동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웃고 싶은 분들은 큰 기대없이 볼만한 영화이지만 웃음과 감동, 재미있는 이야기를 같이 원하는 분들은 비디오로 보심이 어떨지?
출처 : http://movie.mym.net/movie/plaza/ama/list_ama_review.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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