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 스트레스 쌓인 자여, 그냥 즐겨라~
그럴 때가 있다.
회사의 윗대가리들은 괜스레 시비조로 자존심을 팍팍 긁고,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구는 이유 없이 못가겠다는 문자하나 휘딱 던지고, 사랑하던 애인은 차갑게 등을 돌려 버리면 무심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커다란 소리를 내며 웃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
아마도 그런 자라면 ‘목포는 항구다’가 그대를 도울지 모르겠다.
‘목포는 항구다’는 기승전결은 있으나 매끄러운 연결은 없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고 면밀히 분석하면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거나 언제가 본 듯한 웃음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더욱이 왠지 허한 빈 공간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감독이 여러 이야기를 어떻게 섞을까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마치 그래서 감독은 에라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리며 마구 꼬매놓은 솜씨가 왁구 안 맞는 액자처럼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간간히 폭소를 터뜨리고 때로는 박수를 치며 영화 속의 배우들의 동작을 환영하기 시작한다.
‘목포는 항구다’는 은근히 웃긴다. 마치 조그맣게 박수를 시작하다 끝에는 큰 소리로 박수를 치는 응원가처럼 처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장면에 불만을 품은 관객을 살며시 웃음으로 인도한다. 주인공의 연기는 낯설고 어색하고 사투리의 억양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데 관객의 웃음은 너그럽게 배우를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차인표의 연기는 어찌나 딱딱한지 처음부터 관객의 볼멘 한탄을 듣고 조재현의 억지스러우면서도 모난 연기는 그를 인정했던 관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러 갈수록 그 단점을 그대로 포용하고 관객은 폭소로 화답하니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것은 조연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도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성실하고 정직하다 대사 또한 어떻게 보면 식상한 조폭과 유머러스한 문장인데 ‘목포는 항구다’에서 나온 조연들의 대사는 개성이 넘친다. 더욱이 주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면 한군데 한군데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모습 속에는 강한 프로 정신도 엿보인다.
그래서 관객은 그러한 조연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에 수긍하며 영화를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우선은 이야기의 전개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에피소드들이 많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또한 때로는 억지스럽고 여정 또한 그렇다.
그러나 이상하게 그 많은 에피소드들 하나하나에 담긴 조연배우들의 연기에 관객은 더 열렬히 환영을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마치 전체적인 구성보다 소품에 더 매력이 있다고 할까?
솔직히 그리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웃었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2시간동안 재미난 여행을 했다.
하여튼 그냥 웃음, 기승전결 없는 웃음을 바라는 관객이라면 봐도 되겠지만 이러 저리 따져보고 연결하고 연기지도도 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그리 만족할 영화는 아닌 듯싶다.
마지막으로 회사 반장으로 나온 배우가 암투병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연기중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시 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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