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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至尊] 사랑의 본질을 찾아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cinexpress 2004-02-04 오전 4:49:24 1367   [2]

보통 우리는 로맨틱 코미디 라는 장르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항상 선남선녀가 이런저런 트러블을 이겨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여 행복한 결말을 맺는 것으로 정의를 내립니다. 그러나 신경질적 뉴요커의 시시콜콜한 잔소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던 우디 알렌의 <애니 홀>처럼,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신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로맨틱 코미디의 고정관념 중 가장 큰 요소인 주인공들의 연령대를 깨부수며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 로맨틱 코미디를 이끄는 주인공은 63세의 플레이보이 독신남 해리(잭 니콜슨)와 56세의 강박증에 신경질적인 극작가 에리카(다이앤 키튼)입니다. 한국이라면 도저히 작품이 나오지 않을 이 두 베테랑 배우들은, 젊은 배우들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관록을 그들의 연기에 묻혀냅니다.



60세가 넘도록 독신으로 살며, 사람 사귀는 법을 모르는 해리는 잭의 전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의 괴팍한 작가 멜빈과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전작 <왓 위민 원트>의 마샬(멜 깁슨)의 캐릭터를 반씩 섞은듯한 캐릭터입니다. 56세의 에리카는 한 여름에도 흰색 터틀넥만을 입고, 흰색 돌만을 모으며, 자신은 이미 여자로서 끝났다고 생각하는 폐경기의 신경질적인 극작가로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상처받기를 두려워 합니다.

처음에는 에리카의 딸인 마린(아만다 피트)과 연애를 하던 해리는 마린과 키스를 하던 도중 비아그라의 부작용으로 쓰러지게 되고,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에리카의 별장에서 함께 지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싫어하고 다투던 그들은 관심사를 공유하며 그들의 서먹함을 지워나가고, 노년의 외로움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열게 됩니다. 사람 사귀는 법에 서툴러 하던 해리는 에리카를 통해, 함께 지낸다는 것을 알아가고, 여자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한 에리카는 해리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삶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시 오해가 겹치며 이들은 헤어지게 되고, 해리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롭(존 쿠삭)처럼 자신의 옛 여자들을 찾아다니며 그의 문제점을 깨닫고, 다시 에리카를 찾아가게 되고, 결론은 물론 해피엔딩입니다.



신경질적 뉴요커의 연애담을 보여준 <애니 홀>에서 앨비 싱어(우디 알렌)는 사랑이 믿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시시콜콜 따져가지만,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애니 홀>처럼 사랑의 본질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남과 같이는 못 잔다던 해리가 에리카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자신의 취향을 고집하다 점차 고집을 풀고 마음을 여는 에리카의 모습은 젊은이들의 뜨거운 연애처럼 사랑은 쉬이 타오르고 쉬이 식는 것이 아닌, 마음과 마음을 열고 서로의 존재를 깨달으며, 서로에게 맞추어가는 그런 것임을 말해줍니다. 마지막 가족과 함께 행복한 저녁식사를 나누는 해리와 에리카의 모습은 사랑은 둘만의 것도 아니며, 육체적인 것만도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는 소중한 장면이죠.

그러나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초반에서 중반, 해리와 에리카의 베드씬까지는 유쾌하고 타이트하게 흘러가지만, 그 이후 후반 절반이 너무나 늘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후반부에 몰려있다는 것이 전반과 후반의 괴리감을 더욱 크게 합니다. <페어런트 트랩>과 <왓 위민 원트>에서도 뒷심이 딸렸던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세번째 영화에서도 여전히 뒷심 부족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감동의 라스트는 극적인 감이 덜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의 연기는 환상적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만큼 멋집니다. 엉덩이를 드러내놓고 헤롱대는 잭의 연기나, 울면서 해리와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낸 극본을 완성해내는 다이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젊은이들이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탁월한 연기입니다. 이런 영화가 많이 나와줘야 배우들의 생명도 길어지고, 장수하는 연기파 배우가 많아질텐데, 한국에서는 <고독이 몸부림칠때> 를 제외하면 이런 영화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至尊군의 Movie Box
http://blog.naver.com/cinex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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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 Something's Gotta Give)
제작사 : Columbia Pictures Corporation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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