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적인 설정이나 영웅중심적인 내용전개를 이런 장르의 영화가 한계라고 생각하고 잠시 접어둔다면,
메이지 정부에 의해 고용된 미국 장교(알그렌)가 그 정부에 맞서는 사무라이들의 포로가 되어 사무라이의 문화를 생각하고 배우고 적응해가는 과정은 대부분의 할리웃 영화가 갖는 미국중심적인 시각을 많이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이것은 알그렌 사무라이의 다소 신비한 문화에 빠져드는 과정을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잘 그려낸 것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미국 장교가 사무라이집단으로 들어가는 설정자체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사무라이들을 중심으로 한 전통수호파와 서양문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화파 사이에서 갈등하는 천황의 모습과 일본사회의 상황도 조선말기와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일본이 개화세력으로 위장하여 후에 참혹한 식민지배를 행하였지만.. 영화에서는 사무라이들이 일본의 전통을 지켜내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개화세력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그려지는데, 국사시간에 조선 선비들을 중심으로 한 위정척사파는 시대착오적인 집단으로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개화파들은 낙후된 조선에 새로운 문물을 빨리 들이려는 의지적인 집단으로 배웠던 것을 생각해 보았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가 역사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게 미화된 것 그로 인해 지금까지 일본이 행한 침략의 역사들이 미화되는 점에서 문제가 많은 영화라고 볼 수 도 있다. 또 마지막에 천황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사무라이쪽에 손을 들어주는 장면이나 다소 뻔한 결말도 아쉬움 남는다. 하지만 인디언들을 참혹하게 학살하고 '빼앗는' 집단에 속했던 주인공이 서로 존중하는 전통과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집단에서 적응하여 평화를 찾고 신념을 함께 목숨을 던지는 스토리는 '인간애'라는 주제를 전달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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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2003, The Last Samurai)
제작사 : Warner Bros., Cruise-Wagner Productions, Bedford Falls Productions, Radar Pictures / 배급사 : Warner Bros.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lastsamura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