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첵'은 널리 알려진대로 SF소설의 대가 필립K 딕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지금껏 대부분의 필립 K 딕의 소설들이 영화화되었을때, 감독들은 소설의 '배경'등만을 영화에 심어넣곤했다.그 이유 때문인지 이번 오우삼감독의 '페이첵'은 어떻게 그려낼지 상당히 기대가 갔던 작품이다. 하지만, 오우삼 감독의 '페이첵'역시 소설의 모티브만 따왔을뿐 소설<페이첵>과는 조금 다른 결과물로 만들어내었다. 주인공인 제닝스(벤에플렉)와 레이첼(우마서먼)의 사랑얘기가 그러한 예다.
어쨌든 <윈드토커스>로 헐리우드의 '쓴맛'을 맛보았던 오우삼감독의 신작 영화 <페이첵>이라는 점에서 이 글을 쓰려고 한다.이렇게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 <페이첵>은 시종일과 '재미'와 '지루함'의 한가운데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그 이유가 오우삼감독은 기존 다른 필립 K 딕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처럼 아찔한 멋을 뿜어내는 '미래'를 시각적으로 표출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하긴 필립K딕의 소설들은 대부분 불안정한 미래에서의 정체성상실이 아니었던가...) <페이첵>의 시간적배경은 단순히 '가까운미래'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첵>은 전형적인 SF액션영화라는 '한길'을 갈수있었다.물론거기엔 액션의 대가인 오우삼 감독이 있다.<페이첵>을 보면 전형적인 오우삼의 영화인지 알 수 있을만한 장면들이 영화곳곳에 베여있다.예를 든다면,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추격씬이 그러하고,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흰비둘기가 그러하며,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도 그러하다.하지만 오우삼감독은 이런것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보여줄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오우삼감독은 헐리우드시스템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감독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그 부분이 더더욱 아쉬울따름이다.이번 영화 <페이첵>에서도 히치콕의 <서스펜션>등을 인용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시도는 엿볼수있었지만,여전히 오우삼감독의 '색'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페이첵>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점이다.
벤에플렉과 우마서먼등 주인공들의 연기는 그다지 나무랄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킬 빌>에서 카리스마있는 여전사의 이미지를 보여주주었던 우마서먼의 연기는 조금 아쉽다.철저히 벤에플렉과 20가지의 소품으로만 이끌어지는 스토리구성이 다른 뭔가를 집어넣기도 부담스러웠을거란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페이첵>을 관객들이 그냥 '잊어버려도 될만한'영화라는 뜻은 아니다.소설만큼 탄탄한 내러티브와 플롯은 반감됐지만,오우삼표 액션에 즐거워하지 않을 관객은 그다지 많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오우삼감독은 아직도 헐리우드에서 자신의 '색'을 칠하지는 못했다.다음 작품에서는 그 색을 봤으면 하는게 필자의 소망이다.
www.bayfilms.net 신재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