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토이치
-강렬한 칼날, 섬뜩한 핏방울!
현대 문화 중 인간을 가장 비웃으며
조롱을 일삼는 형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영화다
은근슬쩍 허무한 웃음을 뿌린다 싶은데
자세히 보면 뭔가에 대한 강렬한 비판이며 상대에 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밀어붙이는 조롱이 아니기에
관객은 제 삼자가 되어 재미를 붙이고 그 상대를 추측해보니
이보다 더 재미난 수다는 없을 것이다.
자토이치는 일종의 사회에 대한 조롱을 듬뿍 안고 있다.
일본의 무사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현대와 다를 바 없다.
권력과 힘으로 무장한 마을의 지주의 오래전 신분은 도적이다.
그들은 아무나 베고, 아무나 패고, 아무나에게 돈을 빼앗는다.
그들에게 있어 아무나는 거리에 버려진 휴지처럼 의미 없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아무나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시간 지켜야할 전통처럼 이어져
현대 사회의 정치인과 기업가들 또한 철저한 도적 정신이 없다면
그만큼 때 묻은 권력과 너절한 부를 얻을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감독은 그리고 그런 직접적인 조롱을 가리기 위해 장님을 등장시킨다.
섬뜩하게 날리는 칼날의 정확인 위치는 상대의 목이나
살짝 웃으며 그것조차 실수였다고 목을 베어버리니
장님이 적군인지 아군인지 관객은 처음 헷갈린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아군처럼 보이는데도
가만히 살펴보면 장님 검객 자토이치의 태도는
맹렬하지도 그렇다고 분노에 싸여있지도 않다.
마치 노란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타임머신을 타고 온 외계인처럼 보이니
때로는 그것이 검게 물들인 사회에 대한 감독의 의식 같기도 하다.
그래서 무거워질 것 같으면 박자를 맞춰 춤을 추며
마지막 장면은 화려한 뮤지컬의 대단원처럼 펼쳐지니
감독의 조롱은 현대 사회 또한 풍자 섞인 뮤지컬처럼 어수룩하다고 대변한다.
영화는 잔인하다.
사람을 벨 때 감독은 망설임 없이 상대의 목이 떨어지거나
팔이 베지거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관객은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이상하다.
분명 잔인한데 킬빌처럼 연계성이 없어 보이거나 생뚱맞지 않다.
마치 정말로 일어날 것 같은 현실 같기도 하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이 노련미 넘치는 감독의 솜씨라는 생각이 든다.
칼을 휘두를 때 튀기는 핏방울이 그래픽이지만
그 모습조차 현실감이 있으니 감독의 실력을 의심할 자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은 지겨운 맛이 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감독의 찬사 때문이리라..
하지만 여전히 잔인한 멋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가 나름대로 독특한 매력을 가진 것은 인정하지만
세련되게 만들어진 잔인한 장면은 보고 싶지 않은 열망이 생긴다..
하여튼 영화는 작품성 있는 오락 영화다.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흥분할 재미는 없지만
나름대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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