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 3인 3색 런어웨이의 인물 열전
0. 그 전에 밝히는 영화에 관한 짧은 감상 법정 영화는 재미가 없다. 특히나 개인과 개인의 죄를 따지는 구체적인 사건이 아니면….(지극히 평범한 편견) 물론 법정 드라마의 수작들도 꽤나 있지만 런 어웨는 개인과 법정, 혹은 사회적 책임으로의 기업 윤리를 꼬집는, 어떻게 보면 [에린브로코비치]와 같은 맥락. 하지만 영화는 그 결말을 말하고 싶어하는건 아니었다. 다만 그의 역할이 배심원이라는 주 과정의 설득작전에 어떻게 휘둘리느냐 내용을 이끄는 힘이었으니. 결국 결론은 주연 배우만이 눈요기 거리. 그래서 짚어보는 런어웨이의 세 주인공!
1. 진 헥크만 (랜킨 피츠 역) ▶ 대 기업을 상대로 유리한 배심원을 선택하는 고도의 법률 전략가 ▷ 진 헥크만의 연기는 나이가 들수록 빛을 발한다. 그는 존재감만으로 우울과 교활과 혹은 세상에 타협하는 이기적인 전문가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쩌면 그의 주름이 늘어날 때마다 그의 노련함은 선과 악의 경계를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는다. 사실 런 어웨이에서 그가 가지는 비중성이란 대립의 공간에서 당연히 지게 되는 악의 대표적인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지시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태도는 적었다 본다. 다만 지위의 경험을 넘나들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 만으로도 그의 연기는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는 말이 많은 것 보다 말이 없을 때 더 멋진 것 같다.
2. 더스틴 호프만 (웬델 로 역) ▶ 진 헥크만을 상대로 양심이 승리한다고 믿는 변호사 ▷ 더스틴 호프만의 어설픔. 왜소함은 영화 [졸업]에서의 젊은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는 착한 이웃의 인상이다. 양심을 믿는 변호사. 어떻게 보면 어설픈 그 진리가 그가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맞춤형 배우다. 아쉬운 것은 그를 도와주는 주변인이 자세히 설명되지 않아 그의 역할이 괜히 어색해보였다는 거다. 작은 고추의 매운 느낌이 오래도록 변치 않는 늘 착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말리를 기다리는 그 순박함이 잊어지지 않기 때문일꺼다. 솔직히 한번은 광기어리게 화내는 모습을 보고싶은 배우가 바로 더스틴 호프만. 런어웨이의 그는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익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3. 존 쿠삭 (니콜라스 이스터 역) ▶ 제 3의 배심원 전략가. 진 헥크만을 상대로 레이첼 와이즈(말리)와 복수를 펼치는 배심원 연기자. ▷ 그의 얼굴에서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케빈스페이시의 모습도 떠오르고 [일급살인] 속의 케빈 베이컨의 모습도 떠오른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매력은 남자의 탈 속에 숨은 섬세함에 있는 것 같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존 쿠삭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연기력에 태클을 걸 사람은 없겠지만 런 어웨이의 그는 한 수 위인 전략가로 지정되기에 한치 망설임이 없는 배우다. 존 쿠삭은 차분해 보인다. 전혀 불안함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관객에게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다지 덩치있어 보이지 않는 그에게는 뭔가 완벽함이 숨어있기를 바라는 욕심을 가지게 한다. 가끔은 그의 조금 내려간 눈 꼬리와 얇은 입술에서 슬픔을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여전히 밝은 기분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영화로의 희망을 보여준다. 그를 찾는 다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 영화를 보는데 충분한 흥미거리가 아닐까. [아이덴티티]처럼만 계속 나오기를 바라는 것. 존 쿠삭이 가진 신비는 그런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 혹은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는 반전에 있는 것이다. 런 어웨이는 솔직히 그에 대한 영화임에도 그를 별로 살려내지 못했다. 아니 앞선 두 배우의 비중에 그의 존재감이 그냥 양념거리 밖에 못됐다고 느껴지더라도 어쨋건 그를 계속 주시해야 하는 것은 진 헥크만이나 더스틴 호프만보다 훨씬 젊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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