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토탈리콜>... 한번쯤은 익히 들어보지 않을 수 없는 SF 영화가 탄생하기 이전에 우리는 ‘필립 K. 딕‘이라는 작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가 창조해 낸 소설속의 미래상은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의 아수라장 같은 현재에 늘상 밝은 미래만을 제시하는 SF적 허구성 보다는 조금은 어둡고, 암울한 묵시록을 통하여 가까운 미래에 현재에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여름,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국내에서 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소설이 다시금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현재.. 그 결정타로 각인시킬 수 있는 작품 <페이첵>은 이러한 그의 미래 예언은 한층 더 진일보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의 소설 속, 주제는 나날이 발전해 가는 기계화, 거대 도시화 속에서 자칫 잃기 쉬운 인간성 회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번 영화 <페이첵> 역시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볼거리 풍부한 액션과 서스펜스, 스릴감을 주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 정보를 가만히 살펴보니, 필자의 눈을 헤벌쭉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미 국내에서의 확실한 인지도가 잡혀 있는 스타급 감독으로 ‘오우삼’ 이 타이틀 롤 되어있으며, 주연배우로는 근육질 액션으로 무자비하게 적을 쓰러뜨리는 게 아닌, 머리를 쓰는 지성파 액션 스타 ‘벤 애플렉’, 작년 말 갑작스레 불같이 타올랐던 영화적 소재 ‘복수’라는 단어에 기름을 부었던 <킬 빌-Vol:1>의 무서븐 파워 우먼 ‘우마 써먼’까지 있었다. 이들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적기엔 타자치는 독수리인 필자도 피곤하고 글을 읽는 네티즌의 수준을 한참이나 무시하는 처사라 생각하기에 이만 접기로 하고, 본 내용으로 들어가서 아주 간략히(?) 표현하기로 한다.
자! 본론으로 넘어왔다. 본론의 주된 내용인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영화 <페이첵>은 작가 ‘필립 K. 딕’의 동명의 원작소설이 60쪽 분량의 단편 소설이고, 여기서 그 모티브를 따온 것이기 때문에 혹시나 책을 구매해서 읽는 독자나 영화를 관람하려하는 관객들이 머리 아파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가까운 미래 하이테크 기업의 천재 분해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벤 애플릭). 일급기밀만을 다루는 그는 기업기밀 보완정책에 따라 단기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기억제거 프로그램’에 의해 기억이 제거된다.
어느 날 그는 회사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을 받는다. 그것은 3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엄청난 금액의 보수(Paycheck)를 받는 것. 물론 3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지는 조건이다. 3년간의 프로젝트를 모두 마친 제닝스. 그러나 그는 엄청난 금액의 보수 대신에 영문 모를 19개의 물건이 담긴 봉투와 함께 그가 받게 될 보수를 스스로 포기하는데 동의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 사건이 단지 보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제닝스. 주변을 맴도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리고 다가오는 생명의 위협. 지난 3년간 제닝스의 동료이자 연인인 레이첼(우마서먼)의 도움을 받아 과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필립 K. 딕’의 소설 속 공통점은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해 무한대로 커져만 가고 있는 기계화 문명에 따른 인간성 상실이라는 큰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과 너무나 똑같은 ‘안드로이드’라는 인조인간을 만듦으로 해서 사람들의 윤택한 삶 보장이라는 장점보다, 그 폐해를 다룬 <블레이드 러너>, 마치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기억을 주입시키고, 기억을 사고파는 <토탈리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범죄를 예언하여 범죄자(?)를 처벌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페이첵>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기계들의 발전으로 인간들이 현재보다 더욱 좋은 삶을 살아가리라는 이론을 부정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를 통해 현재를 살지 않고 미래만 꿈꾸게 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암울한 미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가설로 관객들의 SF적 흥미를 돋운다.
영화 <페이첵>이 구미를 당기는 부분은 제목에서처럼 누구나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문구인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을 조금 과장되고 뭔가 있어 보이게 표현한 부분이 영화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으며, 현재가 없는 미래는 곧 어둠’이라는 근원적인 답을 어려운 철학 집에서 골라보는 것도 아니요, 누구나 오감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해석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알게 모르게 새겨들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 런지, 필자의 좁은 식견으로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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