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가 국내에서 반지의 제왕의 흥행률과 겨루는 상황에 이르니, 정말 말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본 실미도는 간단히 이렇습니다.. ^^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중앙정보부가 1968년 ‘청와대를 까러 온’ 북의 124군부대에 대한 보복으로 ‘김일성의 목을 따오기 위해’ 결성한 공군 684부대의 실화를 토대로 한 작품 입니다. ‘갈 데까지 간’ 인생들인 부대원 31명은 실미도에서 살인병기가 되지만 한반도 정세의 변화로 3년여 만에 용도 폐기되죠.
끝까지 살아남은 24명은 71년 8월 23일 기간병을 사살하고 버스를 탈취한 뒤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던 중 서울 대방동에서 최후를 맞습니다.
‘공비(共匪)’로까지 매도됐던 그들은 1993년 4월호 ‘신동아’를 통해 비로소 그 실체가 알려지게 되었죠.
음.. 정말 가슴아픈 민족적 비극의 실화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는 책에 이어 영화로서 일반 대중에게 보여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흥행의 돌풍을 몰고 있죠. 개봉 2주 만에 전국관객 370만명을 기록해 방화 사상 최단기 흥행성적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흥행만큼 비판도 만만치않죠. 이렇게 선전하고 있는 영화가 왜 비판을 받고 있을까요? 그것도 한국영화인데.. ^^
문제는 강우석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흥행몰이 감독으로서 아주 유명한 감독이죠. 투캅스를 비롯, 마누라 죽이기, 미스터 맘마, 공공의적..등이 말해주듯이..
재미를 주는 영화로써 그는 충분히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업주의적인 영화제작으로 비평가들의 좋지 못한 소리도 많이 들었던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관객들의 시각도 식상한 코믹물이나 조폭물에 벗어나서 상당히 높아진것도 사실입니다. 좀더 깊이있고 발전적인 영화의 색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우석 감독이 이번에 들춰내기 좀 꺼림직한 암울한 역사적 내용을 영화에 담는다고 했을 때, 비평가들이나 관객들도 의외라는 반응이 꽤 많았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상업성을 떠나 새로움의 무엇인가에 도전하려는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와 염려(?)도 사뭇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실미도.. 결과는 역시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강우석 감독 역시 ‘1000만 관객’과 일본에서의 성공을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지요 ^^;
하지만 영화를 보고,
전 사실 조금 실망스러움을 감추기 힘들었답니다 ^^;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많은 비용을 투자한것에 비하여 어떠한 영상미나 특수효과 카메라 앵글의 연출력등의 뛰어남은 전혀 없음을 알게 됩니다. 바로 그점이 이 영화의 큰 장점이자 일부에서는 아쉬움을 가져오게하는 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강우석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감독은 일부러 영상적 미를 전혀 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야만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을것이라고 확신했다하더군요. 역시 강우석 감독.. -_-
그것은 상당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디지탈적이지 않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퇴보적 영상연출은 육,칠십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더욱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한거죠. 만약 영상이 현대적인 발전적 연출력은 보였다면, 관객들은 순간순간 돋보이는 영상미를 통해 '아 이 영화 멋지게 찍었네!'라는..생각이 들겠지만.. 이 영화는 시각적자극마저 허용하지 않았기에, 지금 자신이 '영화'라는것을 보고있다는 인식마저 떠올리지 않게끔 하여, 더욱 실화라는 내용에만 집중하게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강우석 감독에게 또 한번 놀랄 수 있었죠. 이 영화의 흥행성은 사실을 바탕으로한 '실화'라는 것에 있음을 충분히 활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문제점은 이것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위한 연출이 아닌, 이런 효과마저도 흥행을 위한 활용이라는 것이죠.
즉, 최고의 흥행작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적 촬영적 기법이나, 특수효과적 발전은 '흥행적 도구'인 '실화'를 살리기 위해 지극히 퇴보적인 방향을 선택했고 이 영화는 그것을 가지게 된것입니다. 이 영화가 우리의 역사였다는 사실.. 숨겨져 왔다는 사실.. 그런것이 아닌, 즉, 실화가 아닌 그냥 허구적 영화 소재였다면..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분명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내용적인 요소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김일성의 목을 따기위해 북으로 파견될 인간병기들.. 하지만 그들의 훈련장면에서 다찌마와리에 출연한 임원희의 코믹스러운 대사는, 물론 관객의 지루함이나 소재의 무거움과 암울함을 덜어주는 요소가 되었지만, 그 지옥같은 처절함의 훈련과 인간은 커녕 개같은 대우마저 받지못했던 그들의 참혹함을 반향시켰으며, 그 참상의 리얼감을 떨어뜨리기에도 충분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31명의 부대원들중 상당히 비중있는 캐릭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배우의 캐릭외에는 너무 등한시한것도 전체적 캐릭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년동안 자신을 담당했던 조교를 죽이는 순간에는 정말 북받치는 그 무엇이 있었을텐데.. 그 참당함은 관객의 몫으로만 남기려는 것인지.. 총격전만 난무하던 장면들도..
684부대원들의 참혹함과 아픔의 진상을 깊이있게 담는것에 주력하기 보다는, 적절한 코믹과 감동을 매개로한 뛰어난 상업적 포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영화.. 실미도..
사실 세계 문화언론에서도 '반지의 제왕'이 모든 국가를 휩쓸고 있는 이때, 한국에서는 '실미도'라는 영화가 대적하고 있다고 해서 상당히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한국영화를 처음을 접하게 되는 다른 나라에 우리를 알리게되는 한국영화로서는 이 영화가 다소 아쉬운 기분을 느낀다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실미도라는 실화적 내용이주는 실제감과 숨겨졌던 참상의 대중적 호기심과 관심의 그 소재로.. 82억의 제작비에... 안성기라는 큰 배우의 믿음이 주는 전체적 보증된 안정성, 그와 함께 설경구라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흥행이 될 배경은 이미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는지도 모릅니다. 누가 어떻게 만드냐가 남았다고 보았을때, 어찌되었건 감칠맛나게 만들기로는 대표격인 강우석 감독까지 그 메가폰을 잡게되었으니.. ^^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하는 바램적 상상도.. ^^)
암튼..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결코 관객을 지루하게는 하지않게, 감칠맛있게 만들어지는것은 인정 할 수 밖에 없는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굳이 영화성이 어쩌고 상업주의적이 어쩌고를 떠나.. 영화적 깊이의 부족함이 느껴지는것도 분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실미도'라는 영화는 영화적 발전상으로는 퇴보적길을 걸었다하더라도, 요즘 관객들이 냉전시대의 일을 기억하고 싶을까하는 암울한 소재를 과감히 선택했고, 평소에 영화관을 잘 찾지않았던 40, 50대 관객까지 극장으로 불러들였으며,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사실의 놀라움을 알리게 되었고, 무엇보다 외화물이 범람하는 영화시장에서 우리 한국영화로서 큰 수확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평가를 내릴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그리고, 이 영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배우들의 노력과 땀.. 감독과 스태프의 노고는 충분히 느끼셨리라 생각합니다.
684부대원들의 명복을 빌면서... 한국 영화의 지속적인 발전도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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