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 30여년이 지난 역사적인 오점을 지금에 와서 널리 알리는 것은 교육적인가? 상업적인가?
당신은 ‘실미도’라는 아주 작은 섬을 알고 계십니까? 영화를 주로 보는 관객들 중에 684 부대의 전설을 누가, 몇 명이나 알고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란 영화는 앞의 2가지를 소재로 하여 만들어졌답니다. 그것도 철저하게 상업적인 원리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현재 영화를 보는 주 관객이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이고, 조금 더 인심을 베푼다면 30대 중반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32년 전의 ‘실미도’ 사건을 듣지도 보지도 또한 어떠한 교육도 받지 않았던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영화 <실미도>는 어떻게 다가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실미도>를 보면서 너무나도 재미있었습니다. 과거에 정부가 만든, 정부에 의해 저지러진 만행. 그리고 부끄러운 역사적인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참 많은 재미를 느꼈습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액션이나 훈련과정, 그리고 병사들간의 전우애 등과 같이 수 없이 많은 장치들로 보는 이의 눈을 잠시라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못하게 합니다. 이는 영화가 철저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예전에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아마 이 영화의 시대와 <실미도>의 시대가 비슷한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지배하는 분위기나 배경은 사뭇 다르게 표현이 됩니다. <전태일>이란 영화는 그때 그 시절을 잘 표현하고, 그것을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알리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실미도>는 당시의 배경이나 분위기에는 많은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감독은 “너무 사실적인 극화는 상상의 여지를 좁게 만든다”라는 말로 대신 하였습니다. 결국 <전태일>은 영화가 주는 재미도 충분히 주었으며, 그걸 보고 그 시절을 생각하고 반성하는 무엇인가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실미도>란 영화는 재미 말고는 그 어떤 무엇도 배우거나 받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역시 철저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름 없는 그들을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누구인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참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684 부대의 31명의 훈련병. 이들은 모두 범죄자(사형수)입니다. 68년 박정희 목을 따기 위해 내려온 김신조 외 30명의 일당에게 열 받은 우리의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이 비밀리에 창설시킨 부대의 부대원입니다. 이들 31명은 김일성의 목을 따기 위해 ‘실미도’란 섬에서 죽음을 무릎 쓴 훈련 덕택에 최고의 정예요원으로 키워집니다. 북한으로 출정하는 그 날. 바로 그날부로 정부는 이들을 버립니다. 우연히(분명 우연은 아니지만) 이를 알게된 31명의 훈련병들은 자신들을 훈련시킨 기간병을 죽이고 서울로 진격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무장공비란 탈을 쓰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이 탈취했던 버스에서 자폭의 선택으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보는 이에게 눈물샘을 자극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들이 원래 범죄자(사형수)란 사실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무장공비로 취급된 훈련병(범죄자, 사형수)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들의 죽음을 생각해 보라는 것인지 아니면 ‘실미도’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고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회를 생각해 보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앞부분이 뇌리에 강하게 다가옵니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는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역사적인 사실을(그 사실이 치부이건 아니건) 표현한다면 인물과 인물간의 사건만이 아닌 그 인물을 그렇게 만든 그 당시 사회를 충분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사건을 단순히 소재거리로만 사용한다면 그 사실을 드러내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사건을 이용해서 영화를 팔아먹어 보자는 얄팍한 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자를 드러낸다면 해외에서 이해를 못할 것이라는 감독의 훌륭한 해외 마케팅 전략에 이제는 ‘감독이 아닌 사업에만 충실하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Korea란 나라의 치부를 해외에 널리 알려 돈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그때의 그 치부의 모든 것을 정확하게 집어주고, 정확하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미도>란 사건을 이용하여 돈을 벌겠다는 모양이 영화가 끝난 지 한참 지나 화가 되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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