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은 신선조, 즉 사무라이 이야기로 아주 일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아주 보편적이고 서정적인 데 촛점을 맞추고 있죠. 전반적으로 무리없는 영화라 평할 수 있겠지만 약간의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대 상황이 막부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때라서 사무라이들은 그들의 소임을 다하고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 비장미를 가족주의와 맞물려 너무 지리하게 강조하고 있더군요.(주인공이 죽음을 맞는 장면이 특히 그렇습니다. 가히 차이밍량의 <애정만세> 엔딩을 떠오르게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나머지 좋았던 80%를 얘기하자면, 역시 무사들간의 결투 장면들을 꼽을 수 있겠군요. 사실적이고 정확하며 호쾌한 느낌을 줍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7인의 사무라이>보다 이 점은 앞선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1889년의 교토 가옥, 자연 경관들도 빼어납니다. 음악도 아름답죠. 배우들의 연기 역시 좋았습니다.
* 참고로 막부시대나 쇼군, 천황의 등장 같은 당시 일본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영화를 더욱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만화와 같은 점이라면 `신선조`와 관련한 내용 뿐(물론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이라는 것(방대한 내용을 2시간안에 압축하는 것은 오히려 무리겠지요)도 알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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