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기다리고 한듯이 한 주동안에도 여러편의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다.이렇다할 블록버스터도 그다지 크게 흥행할 만한 영화가 없는 상태에서 이제 곧 그 모습을 드러내는 [매트릭스3]와 [반지의 제왕3]가 "큰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이다.그런 와중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정웅인,강수연 주연의 스릴러 [써클]은 기이한 포스터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한다.특히 [송어]이후 5년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는 강수연과 코미디 영화에서 주로 출연했던 정웅인의 독특한 캐릭터로의 변신은 그러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할 것이다.그래서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은 2003년에 [써클]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오게 될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게 하는 것이다.
6명의 여자들을 살해하고 그 시신에 그림을 그리는 변태적인 살인마 조명구가 잡혀오고, 그 사건을 예민하고 냉소적인 여검사 오현주가 맡게 된다.얼핏보면 [써클]은 변태적인 살인마와 냉정한 여검사의 스토리로 비쳐질 것이다.하지만 [써클]은 이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꽤나 다양한 스릴러적 요소들을 마련하고,나름대로의 타당하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미스테리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기까지 한다.하지만 이렇게 참신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러한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오히려 어설프고 난잡스러운 영화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계속되는 변태적이고 엉뚱한 행동들로 검사를 괴롭히는 조명구와 정체를 알수 없는 여자의 등장,그리고 새롭게 밝혀지는 과거이야기 등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 가게 된다.이처럼 [써클]의 스토리 자체는 스릴러 영화로써의 모습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하지만 [써클]이 데뷔작인 신인감독 박승배 감독의 연출력 부족과 다양한 스토리와 인물들의 부조화는 소재의 흥미로움과 영화의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지루하고, 어이없는 실소만 나오게 할뿐이다.반복된다는 의미의 제목 "써클"처럼 영화는 현재의 인물들과 과거의 인물들을 교차해 가며 전개된다.그렇지만 이런 독특한 전개방식은 부자연스러운 연출과 스토리 전개로 하여금 영화를 더욱 난잡하고 산만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그리고 결말로 가서 드러나는 또 다른 사실들은 다소 긴 러닝타임만을 관객들로 하여금 지루하게 체감하도록 만들어 버린다.[써클]은 참신하고 인상적인 소재를 오히려 진부하고 지루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배우들의 연기나 스토리 마저도 그 속에 가리게 만들어 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만것이다.
또한 영화 [써클]의 아쉬운점은 독특한 소재, 흥미로운 스토리와는 어울리지 못한 채 겉돌고 진부하게 표현된 캐릭터들 이다.특히 [써클]은 정웅인의 살인마로의 연기변신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하지만 영화 속에서 표현된 정웅인의 캐릭터, 즉 살인마 조명구의 캐릭터는 영화의 분위기나 스토리와는 별개로 느껴질만큼 과장되고 엉뚱하게 묘사되어 있었다.특히 영화의 첫 시작은 영화 [써클]의 모든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내 준다.정신병자 같이 성에 집착하는 변태 성욕자 살인마와 그의 사건을 담당하는 여검사와의 대면,그리고 갑작스럽게 돌변하는 상황들이 오히려 영화의 스릴러적이고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코믹하고 유치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또한 지나치게 경직되고 딱딱한 캐릭터인 여검사를 연기한 강수연 역시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남으로써 가졌던 그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 시켜 주지 못하고 있었다.또한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스토리나 어이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캐릭터들이 영화를 더욱 산만하게만 만들 뿐이었다.앞에서도 수차례 말했지만 [써클]의 가장 큰 강점은 충분히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고 현혹시킬 수 있는 스토리와 소재이다.그렇지만 신인감독이 보여주는 어색하고 늘어지는 전개나 이렇다할 개성이나 인상적인 느낌이 없는 인물들,무엇보다 산만하고 부자연스럽기 까지 한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 영화 [써클]이 주는 스릴러 영화로써의 재미를 완전히 사라지게 한 것이다.
사실 [써클]은 영화계의 큰 언니 강수연의 5년만의 작품으로써,그리고 코믹연기만을 선보인 정웅인의 연기변신으로 꽤나 기대를 모았고, 또 호기심을 가졌던 영화이다.하지만 어설프고 부족한 영화 속에서 두 배우의 연기 또한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한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특히 정웅인이 연기한 변태살인마의 캐릭터는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로 표현됨으로써 영화를 오히려 유치하고 저급한 코미디 영화로 전락하게 만들어 버렸다.곧 시나리오의 실패이자 감독의 연출력 부족일 수 있지만 그 캐릭터를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로 표현하지 못한 정웅인의 연기도 조금 씁쓸한 부분이다.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했던 강수연의 캐릭터나 그 연기 역시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냉철하고 보수적이지만 여자로서의 자존심만은 강한 여검사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하지만 이 또한 영화의 스토리와는 어울리지 못한채 겉도는 캐릭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그리고 특히 두 배우는 1인 2역으로 현재와 과거의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데 그로인해 둘 중 어느 인물 하나도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한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수 있겠다.오히려 그것이 영화의 재미를 떨어 뜨리는 역효과를 나타내고 만것이다.그리고 최정윤이나 다른 조연들의 비중없는 역할이나 연기 또한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꾸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영화 [써클]은 많은 영화들이 개봉하는 요즘 부산한 극장가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영화는 아니다.하지만 강수연이나 정웅인이라는 배우,그리고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나라 스릴러 영화라는 점이 충분히 관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작품이다.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삶을 반복된다는 제목의 의미처럼 기이하고 미스테리한 스토리 역시 그런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작품이다.그렇지만 욕심이 너무도 지나쳤던 탓일까 너무 많은것을 보여주려 애쓴 감독의 욕심과 그에 따르지 못한 연출력의 부족,진부하고 어색하기만 한 스토리들로 스릴러 영화가 주는 작은 재미 하나도 남기지 못한 것이다.[써클]의 포스터에서 느꼈던 그 느낌들이 오히려 실망으로 바껴버린 안타까움만 남는 영화가 되고 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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