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박승배 주연:강수연, 정웅인, 전재룡, 최정윤
<호>[써클] 정체성을 밝혀라..
모든 영화들이 제작에 들어가면 크랭크인 소식, 제작 현장 공개, 크랭크 업 등의 소식을 전하는 게 일반적인 제작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개봉할 영화 "써클"은 제작 단계부터 비밀리에 부쳐져 크랭크인이 되고 한참이 지나서야 "현재 우리 영화는 이만큼 제작되고 있습니다"란 소식을 전하였을 뿐 이렇다할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영화였다. 그렇다보니 영화 "써클"에 대한 사전적 지식을 습득하기란 쉽지 않았고, 단지 다중인격에 관한 이야기.. 미스테리 스릴러란 장르란 사실만을 안채 영화의 오픈만을 기다린 셈이다.
20여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배우의 길을 걸어온 영화배우 "강수연"씨가 선택한 영화라면 적어도 작품적으로 기대해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었고, 약간은 코미디풍을 가미한 연기를 해온 배우 "정웅인"의 색다른 연기변신을 기대해봄직한 영화란 생각으로 영화를 관람하였다.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살인자가 있다면, 중반이후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이 보통 스릴러 영화의 룰인데, 이 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면서 시작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섯 명의 여인을 살해한 후 그 시체에 그림을 그리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던 연쇄 살인범 [조명구:정웅인]가 여섯 번째 범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검거된다. 살인범을 기소한 검사는 냉철하면서 똑 소리나는 여 검사 [오현주:강수연]이다. 그리고 뻔한 재판의 결과가 예정대로 진행되는데도 정신질환자[다중인격자]라는 이유만으로 교수형을 면하게 하려는 국선 변호사 [윤병두:전재룡]이 삼각 관계를 형성하듯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살인범, 검사, 국선 변호사 이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영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지만, 서서히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의 흐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5명을 살해했건..6명을 살해했건 간에 변호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살해한 것이 아니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유인 즉.. 살인범 [조명구]는 다중인격의 소유자이기에 자신의 안에 또 다른 자아가 형성되어 있어, 그 자아가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다중 인격이란 것.. 여기까지 그런대로 보아줄 만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이야기에 문제가 발생된다. 조선시대의 기녀 [산홍:최정윤..그리고 또 한명]이란 인물이 거론되면서 영화는 불교의 윤회설과 빙의라는 것으로 급선회하여 긴장감을 최대한 떨어트려 놓았다.
결국 등장했던 인물들이 과거 조선시대와 현대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놓고 꼬이지도 않았던 실타래를 마치 힘들게 풀고 있는 듯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건을 풀기 위해선 조선시대의 기녀 [산홍]이란 인물과 화가 [광림:정웅인]이란 인물의 사연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은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로서의 기능을 살리고자 했을테지만, 결국 관객이 기대했던 다중 인격에 대한 상상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리고, 끝내는 불교의 윤회설을 말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은 실망을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동안 꼬였던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풀어헤치듯 [산홍]이란 인물에 대한 결정적(?) 반전의 실체를 알려주는 장면에선 그저 허탈한 웃음만이 나온다는 것이다.
"써클"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는 게 필자의 사견이다. 정체성이 드러나지도 않은 영화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평가를 한다기보다는 차라리 등장하는 인물의 구도를 상세하게 풀어주는게 낫다는 생각일 뿐이다. 현대극과 절묘한 사극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예술과 사랑을 위한다는 것이 고작 한 여자를 목매어 사랑하고 끝이 보이는 결말로 치닫으면서 훗날을 기약하고 있다. 결국엔 한을 풀어주면서 연쇄살인범의 업보로 돌려 살인을 합법화시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참으로 힘들게 풀어헤쳐 나가는 감독의 연출력에 지리멸렬할 정도로 밀려드는 하품의 눈물로 보답하고 싶다. 어떠한 일말의 말도 필요 없을 정도로 냉담하게 다가온 영화 "써클".. 과연 누구에게 책임전가를 시켜야 할지 알쏭달쏭한 영화이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50자평: 세 명의 등장인물들이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의 흐름에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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