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직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빌 게이츠〉라는 이름은 단순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그들의 꿈이자 넘어야 할 거대한 벽과 같 습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컴퓨터와 함께 성장해온 MS 윈도우 는 그동안 숱한 운영체제의 도전에도 굳건히 그 왕좌를 지키고 있 고, 더불어 마이크로소프트사도 큰 시련에도 그 왕국을 허물어뜨리 지 않고 있죠. 어쩌면 [패스워드]는 그 권좌를 허물고 싶어하는 이 들의 꿈과 희망(--?)의 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마일로. 테디를 비롯한 친구들과 함께 벤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공학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컴퓨터 업계의 거 물인 게리 윈스턴의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되죠. 엄청난 연봉, 편한 근무환경, 주거환경 모든 게 환상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스카웃 제의 에 맘이 동한 마일로는 그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평소 N.U.R.V의 기업 운영 방식을 싫어하던 테디는 끝까지 반대하죠. 그러나, 이미 마음이 떠난 마일로는 애인인 앨리스와 함께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갑 니다. 아무 걱정없이 SYNAPSE 프로젝트에만 몰두할 수 있는 그의 생활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습니다. 적어도 테디가 죽기 전까지는 요.
컴퓨터가 업그레이드되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정보의 공유와 저 작권 문제는 더더욱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넵스터의 사례도 그 렇고 MS사의 독과점도 그렇고....... 정보의 보편화가 되리라고 생각 한 인터넷의 발전이 오히려 정보의 독점과 그를 통한 부익부 빈익빈 의 확대 재생산을 조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할 때가 많습니다. 게리의 말대로 세상은 언제나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경쟁 사회였지만 인류의 역사를 발전토록한 원동력은 0도 아니고 1도 아닌 제 3의 무엇이라고 전 믿고 있거든요. 생존하기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써 야 한다면 그렇게 살아남는 것도 진정한 생존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세계화는 그다지 썩 끌리지가 않네요.
[패스워드]를 보면서 왠지 톰 크루즈의 [야망의 함정]과 키아누 리 브스의 [데블스 어드버킷]이 생각나더군요.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라이언 필립은 저번 [웨이 오브 더 건]때도 그랬 는데 뭔가 딱 2% 부족한 느낌으로 연기를 합니다. 관객을 잡아끄는 카리스마가 없다고 해야 하나요? 연기는 나쁜 편이 아닌데 보고나 면 왠지 밍숭맹숭한 게 다른 배우들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을 줍 니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때도 여자 배우들에게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상대역이 이렇다 보니 팀 로빈스의 연기 도 그다지 튀지가 않았구요. 평상시 조금 제멋대로의 백만장자에서 광기가 번뜩이는 천재로의 전환이 그다지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게 좀 아쉬웠습니다.
전 이 영화가 감독의 전작인 [슬라이딩 도어스]보다는 별로였지만, 꽤 재밌게 영화를 봤습니다. 놀라운 반전이나 스펙타클한 맛은 없었 지만 치밀하게 흘러가는 영화 흐름을 느낄수 있었거든요. 사람은 언 제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슬라이딩 도어스]처럼 떠나려는 전철을 잡아 타느냐 아니면 다음 걸 타느냐, [패스워드]처럼 진실을 밝히느 냐 입을 다무느냐..... 때론 진지하게 때로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하 는 지금의 선택은 우리 인생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바로 인생의 올바른 길을 여는 패스워드가 아 닐까 싶습니다.
p.s. : 어쨌든 좀 부러운 점은 유명인사를 노골적으로 패러디한 주인공을 써도 영화가 제재를 안 받는 점입니다. [007 네버 다이]에서 언론을 장악하려던 악당이 타임 워너의 회장을 패러디한 것이라면 [패스워드]는 아예 빌 게이츠의 이름까지 등장하니까요. 하기사..-_-;;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는 시트콤 까지 제작방영된다는데 그쯤이야.... 만약 우리나라에서 특정 재벌회장을 패러디한 영화를 찍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