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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와 최악의 영화 5편 후기 (캐리비안의 해적, 조폭마누라2, 오! 브라더스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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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라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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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들의 승리와 실패 그리고 O
대구 지하철 참사로 두 딸을 잃은 40대 한분이 딸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사찰에서 기도를 드리다 자신도 산사태로 한 많은 이승을 떠났습니다. 태풍 '매미'로 인한 정전사고가 나자 한 여고생이 같이 술을 먹던 동네 오빠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추석연휴 태풍이 몰아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동창들과 골프를 즐기고, 이 사실을 취재하던 기자를 협박하기까지 했습니다. 랩가수 김진표는 7년만에 방송에서 립싱크한 것이 마음에 걸려 팬들에게 사과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말입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회적인 지위와 역할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처신이 어쩌면 이렇게 상반될 수 있을까요?
일년 중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 연휴에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태풍으로 만신창이 된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면서 달리기 행사를 하는 우리네 관료들과 골프나 즐기는 한심한 위정자들로 가슴이 답답한 우리에게 매미 태풍이 일격을 가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인기있는 드라마들도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군요. 지난 주에 종영된 다모에서 장성백은 최도방과 병조판서에게 이용만 당하고, 동생 채옥과 비참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두 사람에게는 가장 기쁜 순간이 가장 비극적인 죽음이 되고 맙니다. 무인시대에서 망이와 망소이는 정중부에게 철저히 기만을 당하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습니다. 야인시대의 이정재도 철저하게 이기붕의 주구노릇을 하다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맙니다. 사회적으로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나 세력들은 항상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나 세력들에게 당하게 끔 이 사회구조가 되어있나 봅니다.
반면에 극장을 찾으신 많은 분들은 우리 현실과 드라마와는 달리 통쾌하고, 상쾌하고, 유쾌한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 인물들을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하고, 보기 흉한 해적이 아닌 아주 재미있고 영리한, 보수적인 영국제독과 총독까지도 변화시키는 영원한 방랑자 캡틴, 잭 스패로우, 12살 나이로 돈 밖에 모르는 어른들을 놀래키고, 인간답게 변화시키는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우리의 봉구, 7살에 고아가 되어 비록 지금은 다방 종업원이지만 발랄과 순수, 무식과 진실을 무기로 국가대표 쫌팽이인 한 소설가를 사랑에 눈뜨게 하는 화정, 의리와 정 때문에 범죄조직 두목을 도망가게 하고 나서 경찰을 그만두고 스피드나 즐기는 브라이언과 전과가 아주 많은 그의 친구 로만 피어스는 멍청한 경찰, FBI, 세무원들을 대신해서 거대한 돈 세탁업자를 잡습니다.
딱 한 영화만이 많은 관객들을 모독하고 불쾌하게 한 것 같습니다. 항상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말을 알면서도, 시사회등을 통해 이미 상당히 재미없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서도 전편에 대한 추억과 미련 때문인지, 얼마만큼 재미없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인지, 상영시간 때문에 할 수 없이 보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기대치를 잔뜩 낮추고 보았는데도 역시 관객들을 기분 나쁘게 한 바로 그 영화 조폭마누라2만이 관료들과 정치인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불쾌하고 역겨운 그 기분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500만이 넘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감독과 또 다른 빅히트작의 출연진과 제작자가 만나 산술적으로는 천만이 넘게 봐야 될 영화를, 최소한 4, 5백만명은 볼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와 상영시기, 배급라인을 갖고 있는 영화를 관객의 인원 수와 상관없이 너무나도 형편없게 만들어 관객들의 기분을 참 안 좋게 만드는 영화를 탄생시키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보물을 약탈하고 나서도, 세상의 어떤 쾌락도 우리의 욕정을 채워주질 못했고, 우리의 욕정은 한없이 커져만 갔고, 결국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있어도 사람이 아닌 이 저주를 풀고 싶다던 바르보사가 잭 스패로우의 총에 맞아 죽을 때 그의 몸에서는 사과하나가 굴러떨어집니다. 재물도, 쾌락도, 욕정도 다 싫고 저주가 풀려 사람이 되어 사과 맛을 보고 싶어했던 것이 바르보사의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잭 스패로우가 엘리자베스와 무인도에 다시 떨어지자 목표도 없고, 갈 곳도 딱히 없기 때문에 여기서 럼주나 마시면서 지내겠다고 하자 엘리자베스는 잭 스패로우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밀주를 다 태워 구조신호를 보냅니다. 해적행위가 옳은 일에 필요하다면 해적도 옳을 수 있다는 놀라운 시각의 변화를 영국제독과 총독이 보여줍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끝부분에서.
상우는 돈 때문에 봉구를 데려오고, 봉구는 형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 마냥 신나합니다. 봉구는 차안에서 상우가 긴장하면 가운데 손톱을 자주 물어뜯어, 새 손톱이 나 있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아빠한테서 들었다고 하면서. 봉구에게 관심이 없던 상우도 나중에는 봉구의 새치머리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정반장과 봉구 어머님과 관련된 내용이 편집되어 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 시사회 때는 다 보여주고, 정작 관객들에게 상영할 때는 상영횟수 때문에 이 영화에서 꼭 있어야 될 부분들을 편집한 소심하고, 기만적이고, 돈 밖에 모르는 영화관계자들이 너무 한심할 뿐만 아니라 분노가 솟구칩니다. 영화는 돈보다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런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사람들은 몇푼의 돈에 목숨을 걸어 영화를 마구 편집한 쫌팽이보다도 못한 인간들입니다.
오! 브라더스 편집 내용(시사회 때는 다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1. 초반 길거리에서 봉구가 속옷을 구경하다가 상우한테 맞아서 화가 난다.. 이때 봉구는 상우에게 욕으로 수화를 한다.. --> 이 부분이 나와야 뒤에서 어떻게 상우가 봉구가 한 수화를 기억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솔직히 봉구가 하는 수화를 두번은 봐야지.. 한번 보면 잘 기억 못하지 않는가..
2. 은하가 상우의 침대에서 잔 날 아침.. 상우가 일어나보니 봉구는 은하의 뒤에 꼭 붙어서 자고 있다.. 상우가 또 때리자.. 봉구는 왜 형은 은하랑 같이 잤으면서 자기는 같이 자면 안되냐구 따진다.. --> 물론 빠져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었을듯..
3. 상우가 봉구를 봉구 어머니의 집으로 데려갔을 때.. 상우는 봉구 어머니와 앉아서 얘기를 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리를 떠는걸 본다.. (봉구가 전에 얘기한 적이 있다.. 은하씨도 다리를 떤다구..) 봉구 어머니는 봉구 아버지가 좋은 사람을 만나 다시 결혼하라구 했다면서.. 자기들은 봉구랑 살면 좋지만.. 봉구가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한다.. 상우는 그런 봉구 어머니를 바라보며 봉구는 어머니를 싫어하는게 아니라고 알려준다.. --> 상우와 아버지의 관계처럼 봉구와 어머니의 관계도 사랑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부분도 꽤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인듯..
4. 상우는 차를 타고 가면서 봉구가 이제 필요없을거 같다는 녹음기 내용을 듣는다.. 녹음기에는 처음에 "예수 이름으로.. 예수 이름으로.."란 내용이 나와서 상우가 웃는다.. 하지만 그 뒤의 사진을 가져오라는 협박 내용을 듣고 상우의 얼굴은 심각해진다.. 그리고 어느 가게에서 상우는 그의 부하들과 함께 온 서장을 만나고.. 녹음기의 내용을 들려준다.. 그리고 문밖에 나가려다가 정반장을 지나친다.. 정반장이 너가 여기 왠일이냐구 하자 상우가 막 욕을 한다.. 정반장이 미쳤냐구 하자 상우가 주먹을 날린다.. 정반장이 상우를 때리려고 하자 서장 부하들이 연행하고.. 상우는 가게를 빠져 나간다.. --> 결국 정반장은 봉구의 녹음으로 크게 당하게 된다는.. 다른 부분보다 이 부분은 안 빠졌으면 영화가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오! 브라더스를 보신 여러분들의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보면서 정말 화가 나고 열 받았습니다. 윗 내용이 편집되지 않고 다 있었으면 영화가 훨씬 더 좋았을 것입니다.
영화 속의 사람관계에서는 아웃사이더들이 기존의 지배질서와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사람들을 인간답게 변화시킵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는 인간적인 사람들이 권력밖에 모르는 지배층에게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할 뿐입니다. 태풍이 몰아쳐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도 골프가 더 치고 싶은 사람이 우리나라 경제부총리입니다. 국민들은 말보다 지도자로서의 탁월한 리더쉽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해결능력이라도 현 집권세력이 보여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대통령은 말만하고 대통령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해 금뺏지 달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조폭마누라가 미국에서도 제작되고 있고, 홍콩이나 중국 영화관계자들도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이 영화의 컨셉과 주인공의 캐릭터는 제작, 기획, 연출관련자들이 통 큰 성향과 대범한 기질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1편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즐겁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속편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성룡과 주윤발이나 안젤리나 졸리, 미녀 삼총사들보다도 더 괜찮은 우리나라 액션 배우나 영화 속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천재일우의 기회를 이 영화제작 관계자들이 스스로 외면하네요. 2편은 아예 한중이나 한,홍콩 합작으로 만들고, 3편은 한중미 합작으로 전세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람은 능력 못지 않게 기질과 성향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 제작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네요.
'O'이라는 숫자는 인도에서 만들어져 중세에 서양으로 넘어왔다고 합니다. 자연수가 자연물에 대응할 수 있는 수를 나타낸 것이라면 'O'은 무, 비어있음, 없음을 표기한 숫자입니다. 로마시대에도 'O'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가혹한 찰형을 당했고(로마숫자에는 'O'이 없었기 때문임), 중세에도 이 숫자를 연구하거나 입에 올리는 사람은 심한 형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O'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도 컴퓨터도 만들어질 수 없었습니다. 'O'을 억압하고 싫어하던 서양 사람들이 이 숫자를 가장 빨리 잘 활용하여 지금의 자본주의와 정보통신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미래를 그렸지만 저 개인적으로 숫자가 사람과 사회, 인류를 지배하는 영화시리즈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없음을 표기한 'O' 그래서 우리의 생활은 물질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돈과 컴퓨터로 대변되는 숫자가 사람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의 주인과 노예, 극복과 종속 이 차이는 정말 엄청 큽니다. 아무리 순박하고, 순수하고, 좋은 심성을 가진 사람도 어떤 조직의 대표자가 되었을 때와 한 개인일 때가 정말 다른 것이며, 자연히 정반대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의 그릇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함부로 나서서도 안되지만 꼭 나서야 될 사람이 안 나서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더 크게 웅비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관성, 집착, 매몰, 구조화, 메커니즘,안정, 질서, 반복 정말 무서운 개념들입니다. 봉구와 화정, 잭 스패로우가 참 그리워집니다. 윤과 채옥, 성백, 망이와 망소이도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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